심정맥혈전증 예방치료 '먹는 항응고제' 세계최초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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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좌석에 앉아 장시간 비행기 여행이나 업무를 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심정맥혈전증(일명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의 예방치료를 위한 먹는 항응고제가 국내에서 세계최초로 개발됐다.

광주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과 변영로 교수는 바이오벤처인 ㈜메이프렉스와 공동으로 심정맥혈전증과 폐색전증의 예방치료를 위한 먹는 항응고제 `OH09208'를 세계최초로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심정맥혈전증은 장시간 좁은 의자에 앉아 있는 동안 다리 깊은 곳의 정맥에 피가 엉기면서 폐혈관을 막아 심폐기능 장애를 일으키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증상으로 미국에서만 매년 10만명 이상이 이런 증상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심정맥혈전증 예방치료제로 주사로 투여되는 `헤파린' 제제가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으나 변 교수는 이를 간편하게 먹는 약품으로 개발한 것이다.

변 교수는 "심정맥혈전증 예방치료를 위해 먹는 약으로는 아스피린과 와파린이 사용됐으나 효능이 헤파린에 비해 크게 못 미친다"면서 "8년간의 연구끝에 헤파린을 먹는 약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효능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변 교수는 먹는 헤파린 제제의 동물실험 효능이 입증되면서 인체에 대한 임상실험과 약품개발을 위해 미국 등 세계적인 제약회사들과의 계약이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먹는 헤파린 제제는 향후 5∼7년내에 실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약품으로 시판될 경우 세계 시장규모는 연간 23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변 교수의 먹는 항응고제 개발에 관련된 논문은 심장순환계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인 `서큘레이션'에 게재됐으며 지금까지 국내를 비롯해 미국, 영국, 일본 등에 모두 8건의 특허가 등록됐고 3건의 특허출원이 진행중이다.

변 교수가 개발한 먹는 항응고제 OH09208은 위장에서 흡수되지 못하는 기존 헤파린 제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담낭에서 분비되는 담즙산을 헤파린에 매달아 위장에서 빠르게 흡수되도록 한 것.

이 항응고제는 수성.유성 용매에 모두 잘 녹아 위장에서 흡수가 아주 높고 빠르다고 변 교수는 덧붙였다.

(광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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