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팽팽하게 살다 가야 진짜 장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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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이제 장수 국가가 됐습니다. 그러나 건강 장수 국가로는 81위로 세계 중하위권입니다. 오래 살기는 하지만 건강하지 않은 노인이 많다는 얘기가 됩니다. '건강하게 100세까지 살도록 해주자'는 것이 우리 연구소의 슬로건입니다."

내년 3월께 강원도 홍천군에 문을 열 사단법인 '건강100세 연구소(02-564-9112)'의 초대 소장인 이시형(李時炯.70)박사는 "한국인이 잘 걸리는 뇌졸중.암.심장병.당뇨 등은 습관이 나빠 생기는 '생활습관병'"이라고 말했다. 그는 "체중을 줄이고 꾸준히 운동하는 등 습관을 바꾸지 않고는 노인병을 예방하기 어렵다"면서 "죽는 날까지 건강하게 사는 것이 가장 큰 복(福)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李소장은 일본의 장수촌인 나가노(長野)현을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PPK'라는 입간판이 시내 곳곳에 걸려 있었는데, "팽팽하게 살다가 꼬로록 죽자"는 뜻이라고 안내인이 설명하더라는 것이다.

홍천군 서면 중방대리 일대 13만평의 자연림 속에 자리잡을 이 연구소는 강원도.홍천군.강원대와 의료계가 협력해 설립한다. 30실 규모의 숙박시설은 물론 교육.연수시설, 자연식물원, 생태시험장, 무공해 유기농 채소를 기르는 텃밭 등이 들어선다. 李소장 등 연구소 설립에 참여한 인사들은 지난달 말 현지에서 개토식을 했다.

신경정신과 의사로도 유명한 李소장은 인간에게는 식(食) 습관.운동 습관.마음 습관 등 세가지 습관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 중에서 마음가짐을 바로하는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급해하고, 거칠게 마음먹고, 급하게 살아서는 절대 건강을 유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40대 사망률이 높은 것은 죽어라고 뛰기 때문입니다. 할 일이 너무 많아 제대로 쉬지를 못하는 거죠. 술과 담배에 찌들어 있는 것도 원인입니다. 그래서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사회 지도자급 인사를 위한 명상캠프를 주말에 열 생각입니다."

李소장은 "각계 지도자들이 건강한 몸을 갖고, 건전한 생각을 하며, 창의적인 발상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李소장은 입소자들이 자연과 함께 생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프로그램을 짰다. 숲속을 거닐며 묵언(默言) 산책을 하고, 새소리.물소리.바람소리를 들으며 식사를 하고, 석양을 보며 환담을 나누는 행사 등이 포함돼 있다. 식단도 무공해 농산물로 짤 예정이다.

李소장은 "우주의 리듬을 들을 때 우뇌(右腦)가 잘 열리고 창조적인 발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장도 겸하고 있는 李소장은 지난 3월부터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창조적 생활'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일주일에 이틀은 환자들을 돌보고, 틈나는 대로 강북삼성병원에 들러 후배 의사들을 지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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