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맥 원인-치료물질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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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박동이 지나치게 빠르거나 느린 부정맥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심실세동(心室細動)을 일으키는 분자차원의 원인이 밝혀지고 이를 차단할 수 있는 신물질이 발견됨으로써 부정맥 치료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 메디컬 센터 세포생물리학연구실장 앤드루 마크스 박사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신호(4월9일자)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심근세포 안에서 칼슘의 양을 조절해 정상적인 심박동을 유지시키는 리아노딘-수용체통로(ryanodine-receptor channel)에 있는 단백질 칼스타빈-2가 정상기능을 상실할 때 심실세동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마크스 박사는 이 단백질은 심박동 사이 사이에 칼슘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칼슘통로를 닫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론 생각되며 이 기능에 문제가 생겨 칼슘이 누출되면 심근세포의 전기활동이 안정을 잃으면서 부정맥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칼슘이 심근의 수축을 유발한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 정확한 메커니즘은 규명되지 않고 있다.

마크스 박사는 또 칼슘통로를 막바로 막아버리는 기존의 칼슘통로차단제와는 달리 문제의 단백질인 칼스타빈-2의 칼슘통로 차단기능을 향상시켜 자연적으로 칼슘 누출을 막는 신물질(JTV519)을 개발해 쥐실험에서 효과가 입증되었다고 밝혔다.

마크스 박사는 유전조작을 통해 심근세포의 칼슘통로가 새는 쥐들을 만들어 이들 중 일부에게만 이 신물질을 투여했다.

그 결과 이 신물질이 주입되지 않은 쥐들은 운동스트레스를 가하자 모두 심실세동을 일으켜 89%가 죽은데 반해 신물질이 투여된 쥐들은 운동스트레스를 가해도 심실세동을 일으키지 않았다.

마크스 박사는 심실세동은 울혈성심부전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이 신물질은 심부전을 치료하는 데도 이용될 수 있다고 밝히고 아직 공식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쥐실험에서 이 신물질이 심장의 전반적인 기능을 호전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말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심부전 치료제는 증상만을 치료하지 심부전의 근본적인 원인은 고치지 못한다고 마크스 박사는 지적했다.

마크스 박사는 15년 연구의 시행착오 끝에 이 신물질을 발견했다고 말하고 앞으로 이 물질의 효능을 최대화시킬 수 있도록 개선한 뒤 동물실험을 거쳐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립보건연구원(NIH) 부정맥연구실장 데이비드 래스로프 박사는 마크스 박사의 연구 중 심부전 부분은 매우 놀랍다고 논평했다.

심실세동은 심장이 박동하지 못하고 단순히 떨기만하는 것으로 수 분안에 환자가 사망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34만명이 심실세동으로 사망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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