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재미 있으면 왜 시간 빨리 갈까

중앙일보

입력

사람들은 왜 재미있는 일을 하면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낄까. 또 지겨운 일을 하다보면 왜 시간이 천천히 가는 것일까.

프랑스 신경생물학 및 인지과학 연구소 제니퍼 코울 박사팀이 최근 '사이언스'지에 게재한 논문은 이 같은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주는 과학적인 증거를 내놓았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는지 느끼는 뇌 부위와 필요한 동작을 명령하는 뇌 부위가 일정부분 중복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코울 박사팀은 12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뇌기능 자기공명 단층촬영(fMRI)' 장치를 이용, 뇌의 부위별 쓰임새를 조사했다.

fMRI 기계에 들어간 12명에게 같은 화면을 보여주면서 각기 다른 지시를 내렸다. 처음 4명에게는 화면을 보면서 시간을 재도록 했고 다음 4명에게는 사물의 색깔에 집중토록 했다. 그리고 나머지 4명에게는 시간과 사물의 색깔 모두를 주시하도록 했다.

그 결과 단순히 시간만 재는 그룹에서는 대뇌 피질의 앞부분이 활동하고 있다는 신호가 잡혔다. 그러나 나머지 두 그룹에서는 이같은 신호가 서서히 사라지는 대신 시신경이 모이는 우반구 뒷부분과 대뇌 중앙의 기저핵 부분에서 활발한 신호가 포착됐다.

이에 대해 코울 박사는 "시간을 모니터링하는 뇌 부위와 동작을 명령하는 뇌 부위가 일정 부분 겹쳐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작업을 눈앞에 두면 시간을 모니터링하는 부위와 연결된 기저핵에서 동작을 직접 수행하는 부위의 활동을 촉진시킨다는 것이다. 또 지루한 작업을 하게 되면 시간을 모니터링하는 부위가 활발해지면서 동작을 수행하는 부위의 활동성을 떨어뜨린다는 설명이다.

코울 박사는 "이번 결과는 시간 점검과 작업을 동시에 수행할 수 없음을 설명해준다"며 "악기 연주가가 발을 구르면서 박자를 맞추는 것 또한 두 가지 뇌 활동을 한꺼번에 할 수 없어 동작과 동작 사이에 시간 모니터링 부위를 잠시 동안 가동하는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성균관대 이정모(심리학과) 교수는 "우리의 뇌는 정보처리 용량이 제한되어 있어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자구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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