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의 원인은 무엇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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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력결핍 과잉운동장애(ADHD) 가 의심되는 아동을 가진 부모들은 이 질환의 원인에 대해 많이 궁금해 합니다. 혹 이제껏 잘못 키워서 그런 건 아닌지 아니면 아이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건지 안쓰러워하기도 합니다.

이 병의 정확한 원인에 대하여 현재로서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는 바는 없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임상가들은 환경적 또는 심리적 원인보다는 기질적인 요인들이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원인은 크게 4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첫째 유전적인 요인입니다. ADHD환자의 경우 정상인보다 부모나 형제, 친척 중에 더 많은 ADHD 환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란성 쌍생아의 경우 두명 모두 병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연구가 활발해져서 구체적인 유전인자가 보고되기도 합니다.

둘째 신경학적 요인입니다. 분만을 전후한 합병증, 국소적인 신경학적 증상(예를 들어 미세운동의 장애, 좌우구별의 혼돈 등), 경한 신체장애(예를 들어 손 모양, 머리둘레의 이상, 눈 위치의 이상, 귀의 기형 등)이 있는 경우 ADHD가 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울러 뇌의 기질적인 장애(예를 들어 두부외상, 뇌염, 경련발작, 뇌성 마비 등), 독성물질에의 노출(알코올, 음식 첨가물, 납 등), 신경생리학적 요인(자율신경계의 활성도나 각성도의 문제), 신체적인 질환이나 약물 부작용에 의해서도 발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뇌에 미세하더라도 손상이 있는 경우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임신 중에 어머니가 술을 마시는 경우에는 위험성이 아주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납중독도 중요한 원인으로 생각됩니다.

셋째 생화학적 원인입니다. ADHD 환아의 뇌신경에는 신호전달물질로 사용되는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과 같은 물질의 불균형이 있음이 연구를 통해 입증이 되었습니다. 현재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약물은 이러한 신호전달물질의 균형을 조절함으로써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넷째 신경해부학적인 병소부위입니다. 환아 뇌의 전두엽 부위의 혈류량이 떨어져 있고 대사가 감소된 소견이 최근 개발된 뇌 영상기계를 통한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습니다. 전두엽은 주의집중력이나 충동적인 행동을 조절하는 부위로 알려져 있어 전두엽이 기능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이 이 병의 원인이 될 것으로 보는 학자가 많습니다.

물론 유전적인 소인이 있는 아동들의 경우 경한 정도의 정신사회적 스트레스에 의하여도 발병이 될 수 있으며, 정신사회적 스트레스가 극심한 경우에는 유전적인 소인이 없어도 발병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어 결국 기질적인 요인과 정신사회적 요인의 상호작용에 의하여ADHD가 생긴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ADHD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아이가 산만하고 말썽을 자주 일으킨다면 혹 ADHD가 아닌가 걱정될 수 있습니다. ADHD의 행동특징은 정상 아동들 간에도 흔히 나타날 수 있으며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구별이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또 여러 사회적 상황에 따라 증상이 나타나는 모습이 다를 수 있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와 그렇지 않은 경우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게임을 좋아하는 아동이 게임을 할 때에는 5-6시간이라도 정신집중을 잘 하는 아동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공부를 할 때에는 5분도 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는 아동들도 아주 흔히 관찰됩니다.

그러므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여러 상황에서 관찰된 결과를 종합하여 아이의 증상을 양적 수치로 평가하고 연령별 규준에 맞추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소아정신과 외래를 방문한 경우 부모 및 아동과의 면담내용 그리고 아동을 담당하는 교사의 의견을 참고하여 아동 행동을 직접 관찰하게 됩니다.

그 다음 여러 평가도구와 부모, 교사를 위한 설문지를 이용하게 됩니다. ADHD의 경우 우울, 불안, 틱 장애 등이 병발하는 경우가 많아 다른 질환이 있는지 알아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설문지 중 아동행동조사표는 위축, 신체증상, 우울/불안, 사회적 미성숙, 사고의 문제, 주의집중의 문제, 비행, 공격성과 같은 포괄적인 아동의 문제를 부모가 기입하도록 하는 것이며, 코너스 평가 척도는 증상을 양적수치로 측정할 수 있게 합니다.

또한 심리학적 검사와 컴퓨터로 실시하는 주의력 검사인 ADS는 진단에 있어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합니다. 심리학적 검사를 통해 지능과 함께 개인의 성격적, 기질적 특성, 정서적 특성을 알 수 있으며 뇌의 지적 영역, 좌우 뇌의 기능적 특성, 계획·조직 능력 및 실행기능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로 실시하는 검사는 동일연령의 평균적인아동에 비해 아이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알려줍니다. 그 외에, 아동의 성적표와 생활기록부, 알림장/공책/일기장의 글씨 또한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얻은 모든 자료를 통합한 후 소아정신과 의사는 DSM-IV라고 하는 미국 정신 의학회에서 만든 진단기준에 의거해 ADHD 진단을 내리게 됩니다. 주의력 결핍이 주된 장애인 형, 과잉운동-충동적인 행동이 주된 장애인 형과 이 둘의 혼합형으로 나누어 진단합니다.

◇ DSM-IV 진단기준

1) 주의력 결핍증상이 주된 장애인 형 (9가지 증상 중 최소 6개 이상 있을 때 진단)
· 부주의로 실수를 잘 한다
· 집중을 오래 유지하기 못한다
· 다른 사람 말을 경청을 못한다.
· 과제를 끝까지 못한다.
·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 공부, 숙제 등을 싫어한다.
· 필요한 물건을 자주 잃어버린다.
· 외부자극에 의해 쉽게 흐트러진다.
· 해야 할 일을 자주 잊어버린다.

2) 과잉행동 및 충동 증상이 주된 장애인 형(9가지 증상 중 최소 6개 이상 있을 때 진단)
· 가만히 앉아있지 못한다.
· 자리를 뜬다
· 지나치게 뛰거나 기어오른다.
· 활동에 조용히 참여하지 못한다.
· 끊임없이 활동(목적 없이)
· 지나치게 말이 많다
· 질문이 끝나기 전에 대답한다.
· 차례를 못 기다린다.
· 다른 사람의 활동을 방해한다.

이러한 행동들은 정상적으로 발달하는 아동들에 있어서도 흔히 관찰될 수 있는 행동들입니다. 이중 3-4개 정도까지도 정상적인 아동들에 있어서 관찰이 됩니다. 그러나 이 기준대로 6개 이상이 적어도 6개월 이상이 관찰되어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라는 진단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어머니들은 아동들의 행동을 잘 관찰하여 일시적인 행동장애에 대하여는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으나 지속되는 경우에는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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