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산소증 세포손상 유전자 세계 첫 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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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등 동물의 세포나 조직 또는 특정 장기에 산소공급이 감소할 경우 특정 유전자가 세포를 손상시키거나 사멸시킨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져 뇌경색이나 심근 경색증, 만성 퇴행성 질환 등의 치료법 개발에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경희대 의대 병리학교실 박재훈 교수는 세포나 조직, 장기에 원활한 산소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저산소증에 노출될 경우 '녹사'(Noxa)라는 유전자가 세포의 손상 또는 사멸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9일 밝혔다.

녹사는 세포를 죽일 수 있는 살상 유전자라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으나 저산소증으로 인한 세포 손상과 사멸과정에 깊이 관여한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으로 밝혀진 것이다.

박 교수의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인 '분자세포생물학회지'(MCB) 1월호에 논문으로 게재됐다.

박 교수는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뇌 세포에 산소공급을 줄이자 녹사 유전자 발현량이 증가하면서 세포가 손상되거나 죽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 녹사를 차단하자 세포손상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기오염 지역에서 장시간 거주하거나 특수한 작업장, 고산지대 등 환경적 요인이나 질병, 흡연 등에 의한 폐활량 감소로 인한 현대인의 저산소증에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저산소증이나 산소공급이 차단되는 허혈증은 뇌경색, 심근경색증, 만성 퇴행성 질환 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포와 실험동물 수준에서 이뤄진 기초적인 연구"라면서 "수많은 인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인체 질병에 실제 적용하기까지는 앞으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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