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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뒤 모텔 방치 사망…CCTV 본 여친 "내 세상 무너졌다" 분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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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연합뉴스]

아르바이트 동료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뒤 모텔에 방치돼 숨진 20대 남성 피해자의 여자친구가 쓴 글이 온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다.

지난 1일 고려대 대나무숲에는 해당 사건 피해자의 여자친구라고 밝힌 A씨의 글이 올라왔다. A씨는 "3달 전 눈앞에 차갑게 식어있던 오빠(숨진 남자친구)의 몸을 만지며 신발도 신지 못하고 뛰쳐나가 119를 부르던 그 날. 소방관에게 제발 살려달라며 무릎 꿇고 빌었던 그 날 오빠와 나 둘뿐이던 내 세상은 무너졌다"고 운을 뗐다. 이어 "나는 하루에도 몇번씩 그때가 생각나 일상생활을 할 수가 없는데, 가해자들은 첫 재판이 열리기 하루 전 날이 돼서야 사과하고 싶다고 연락이 오더라"며 혐의를 부인하던 가해자들이 처벌이 두려워 뒤늦게 연락을 했다고 주장했다.

A씨가 지칭한 사건은 지난해 10월 14일 밤 11시40분쯤 부산 진구에서 발생한 폭행 사망 시건으로 추정된다. 당시 가해자 B씨(24) 등 5명은 함께 술을 마시던 아르바이트 동료를 폭행한 뒤 의식을 잃자, 인근 모텔로 옮긴 후 12시간 넘게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했다.

A씨는 사건 CCTV를 언급하며 "단 한번도 누군가와 싸우거나 다퉈본 적 없던 오빠는 싸우지 않고 계속 가만히 있더라"며 "한 대라도 때리지, 제발 한 대라도 때리지. 영상을 보며 흐르는 눈물과 분노는 참을 수 없이 커졌다"고 분노를 드러냈다.

A씨는 "심지어 동료들 모두가 오빠가 쓰러진 것을 봤고 의식이 없음 또한 인지했지만, 그 사람들은 오빠를 그저 눕혀 놓고 어쩌지 어쩌지 하며 모의를 하고 있더라"며 "그리고 나선 오빠를 짐짝들 듯 옮겼고 그러는 와중에 오빠를 떨어뜨리더라. 그래서였을까 오빠의 머리 상처가 뒤쪽 뿐만 아니라 측면에도 그렇게 심했던 건"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고려대 대나무숲

고려대 대나무숲

A씨는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장례식장에 와 '폭력은 전혀 없었고, 자기 혼자 머리를 부딪친 것 같다'며 유족을 우롱했다"며 "주 가해자는 범행을 부인하다가 CCTV 영상이 밝혀지자 폭력을 인정하며 '술을 먹고 언성이 높아져 때렸고 잠을 자길래 모텔에 재웠다'고 진술했지만, 가게에 있던 사람들은 '단 한 번도 언성이 높아진 적 없었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영상에서 오빠는 택시를 타고 집에 가려고 했지만, 가해자가 갑자기 오빠를 잡고 일방적으로 폭행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연락이 안돼 걱정이 된) 내가 수십통의 전화를 했지만 오빠 폰을 가지고 있었던 가해자 중 한 명은 의도적으로 그 전화를 받지 않았다"며 "그들이 그 전화만 받았어도 오빠는 지금 내 곁에 있을까"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중학교 선배던 오빠는 내 첫사랑이었다"며 "5년 짝사랑이 이제야 사랑이 됐는데, 사계절도 함께 보내지 못하고 오빠를 보내버린 나는 슬픔을 달랠 틈도 없이 사건 해결에 뛰어들었고 가해자들의 추악함을 마주했다"고 했다.

그는 "3월 5일 또 한번의 재판이 열린다. 그때는 이 사건이 더 이슈화 돼 오빠가 조금이라도 덜 억울할 수 있게 다섯 명 모두 응당한 벌을 받으면 좋겠다"고 했다.

A씨는 현재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그 동료들도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글은 3일 오후 기준 공감 2만2000건과 댓글 8600여개, 공유 2200여 건이 넘는 등 온라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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