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냉증 31%, 알고보니 '레이노병'"

중앙일보

입력

손발이 차가워지는 '수족냉증' 환자의 31% 가량이 '레이노병'이라는 특수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레이노병은 추위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으로 혈관이 과도하게 수축돼 손이나 발 이 하얗거나 파랗게 변하고, 저림, 소양감, 통증 등이 동반되는 '레이노현상' 가운데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가톨릭의대 의정부.여의도성모병원 최환석 교수팀은 지난 1~7월 손과 발의 감각이상을 호소하면서 추위에 민감하다고 답한 외래환자 510명을 대상으로 '레이노병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219명(43%)이 레이노현상을 보였으며 이중 160명(31.4%)이 '레이노병'으로 최종 진단됐다고 9일 밝혔다.

레이노현상은 신경질환이나 갑상선기능저하, 혈관질환 등 다른 질병에 의해 2차적으로 발생할 수 있지만, 70% 이상은 그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레이노병'으로 진단돼 심할 경우 피부조직이 궤사돼 손발을 절단해야 하는 경우까지 이르기도 한다.

이번 조사결과 이 병은 남성보다 여성 유병률이 2.3배 가량 높았으며, 가족력과 스트레스 등에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조사대상자들의 레이노병은 평균 24세에 발병해 14년여 동안 질병이 지속됐으나, 대부분이 별다른 치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레이노병은 지난해 한 여자 경찰관이 겨울철 교통단속 등으로 손발이 시리고 아파 병원을 찾은 결과 '레이노병'으로 진단받은 것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주면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최 교수는 "손가락이 추위에 민감하면서, 색깔이 흰색이나 푸른색으로 변하면 레이노현상으로 볼 수 있다"며 "평소 손발의 감각이상이나 수족냉증이 있다면 레이노병 뿐만 아니라 다른 심각한 질병의 2차적 증상일 수도 있는 만큼 병원에서 전문적 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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