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 아픔도 나누면 半"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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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야, 이렇게 힘든데 너마저 이러면 어쩌니?"

뮤코다당증(MPS)환우회장인 유인화(48.여)씨는 드디어 참다 못해 아들(19)에게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특수고 2학년인 아들이 학교에서 급우들에게 식판을 내던졌대서 불려갔다 오는 길이었다.

柳씨의 외아들 상호는 세 살 때부터 잘 듣지 못하고 낯을 심하게 가렸다. 귀가 아프면 이비인후과로, 감기에 걸리면 소아과로 쫓아다닌 것이 10여년. 성과 없는 치료에 상호도 지쳐갔다.

MPS 진단을 받은 건 상호가 14세 되던 1998년. 국내 네번째 MPS 환자였다. MPS는 염색체 이상으로 병이 진행될수록 체구가 줄고 정신적으로도 아이처럼 퇴행하며 생김새가 비슷해진다. 이들 네명의 환자 부모가 모여 환우회(患友會)를 만들었고 5년 만에 회원 수가 60여명으로 늘었다.

희귀병 환자의 보호자들은 질환별로 모임을 두고 있다. 부신백질이영양증(ALD) 부모모임, 근디스트로피 환우보호자회 등 모두들 동병상련의 마음에서 출발했다.

이들을 연결해 주고 있는 곳이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신현민(49) 회장 본인도 다발성 경화증 환자라 잘 걷지 못한다.

환우회장들은 바쁘다. 자녀가 종일 돌봐야 하는 중환자인데도 복지부를 다니며 지원을 요청하기도 하고 다른 환자 부모들의 전화를 받으면 병원으로, 집으로 달려가기도 한다.

MPS 환우회장 柳씨는 지금도 상호와 비슷하게 생긴 아이와 가는 부모를 보면 서슴없이 다가가 "MPS라는 병이 있는데…"라며 말을 건다. 스스로 병을 몰라 10여년 간 시행착오를 겪은 것이 제일 속 상하기 때문이다. 환우회 외에는 병에 대한 정보나 진단경로를 소개하는 시스템도, 후원 조직도 없다.

이들이 가장 바라는 점은 정부 차원에서 치료법 개발사업을 하는 것. 그러나 당장은 복지부가 이들 질병을 내년도 지원대상 희귀병으로 채택해 의료비의 20%만이라도 지원해 주길 바라고 있다.

문의는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www.kord.or.kr) 02-714-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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