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외모산업이 뜬다

중앙일보

입력

고급 헤어숍.피부과.성형외과를 찾는 남자들. 그들의 모습을 업계의 눈을 통해 들여다봤다.

최근 2년새 남성 고객이 전체의 30%대로 급증한 피부관리 분야는 특히 인터넷으로 각종 정보를 비교한 뒤 혼자 찾아오는 남성이 많다. 어지간한 곳에서는 남성 전용실을 따로 둘 정도다.

"여성분들보다 오히려 비용을 훨씬 많이 투자하세요. 승진 요건에도 '깨끗한 피부'가 항목에 들어있다고 하시더라고요."(김안란.아름다운나라 피부관리팀장)

"골프를 치는 분들은 미백 치료를 많이 받으러 오세요. 최근엔 40대 이상 환자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얼마 전엔 70세 환자분이 오셨더라고요."(차미경.CNP차앤박피부과 원장)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는 남자들이 이젠 더 많을 정도지만, 고급 헤어숍을 찾아 '회사원 머리'가 아닌 스타일을 연출하는 것은 아직도 어색한 일이다. 하지만 여자친구나 아내의 손에 이끌려 한번 문을 들어서고 나면 혼자서도 꾸준히 찾는다. "50대에 '바람머리'를 하면 주위에서 처음엔 핀잔을 주다가도 나중에는 '젊어 보인다'며 부러워들 한다"는 것이 정재명(이경민 포레 헤어 실장)씨의 설명이다.

성형외과를 찾는 남자들은 오랜 고민 끝에 굳은 결심을 하고 혼자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소 성형수술한 티가 나더라도 개의치 않는다.

"지난 겨울부터 남성 환자가 네배 정도 늘었습니다. 20~50대까지 다양합니다. 그런데 의외로 남자분들이 여자분들보다 아픈 건 못 참으시던데요."(정유석.아름다운 나라 성형외과 원장)

아직도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찾는 남성들은 극소수다. 그나마 면접.이력서용 사진 촬영을 위해서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남자가 매일 가벼운 화장을 한다. 바로 옅은 색소가 들어있어 피부색을 보정해주는 컬러 로션을 사용하는 것이다.

환갑을 맞은 정재민(인천시 만수동)씨도 "이걸 바르면 남들이 피부가 좋아 보인다고 한다"며 매일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이 제품을 국내 최초로 출시한 소망화장품('꽃을 든 남자')의 정보경 상품기획실장은 "남성용 파운데이션이 아니라 남자 고교생도 바를 수 있는 '로션'이었기 때문에 거부감을 줄이고 인기를 모았다"고 말한다.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고 싶다는 남성의 욕망이 '남자가 무슨…'이라는 사회 통념을 조금씩 허물어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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