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소판 저장수명 2배 연장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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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을 응고시켜 출혈을 막는 중요한 혈액성분 중 하나인 혈소판의 저장수명을 현재의 5일에서 최소한 12일로 2배 이상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미국 하버드 대학 의과대학 브리검 부인병원의 카린 호프마이스터 박사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헌혈 혈액에서 분리된 혈소판에 당(糖)의 일종인 갈락토제를 소량 첨가하면 냉장상태에서 12일 이상 효과적으로 저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현재 헌혈혈액에서 채취한 혈소판의 저장수명은 상온에서 최장 5일이다. 혈액에서 혈소판을 분리하는 데 걸리는 24-48시간을 빼면 실질적인 저장수명은 3-4일에 불과하다. 따라서 혈액에서 채취한 혈소판 중 25%가 유효기간을 넘겨 버려지는 실정이다.

혈소판은 전체 혈액처럼 냉장보관이 불가능하다. 혈소판은 일단 분리되면 매우 취약해져 냉장할 경우 화학변화가 일어나고 냉장된 혈소판을 환자에게 주입하면 우리 몸의 면역세포 중 하나인 대식세포(大食細胞 - macrophage)에 모두 잡아먹히기 때문이다.

호프마이스터 박사는 그러나 혈소판에 갈락토제를 소량 첨가하면 화학변화를 일으킴 없이 냉장이 가능하게 된다고 밝히고 그 이유는 대식세포는 냉장된 혈소판 표면에 있는 또다른 형태의 당을 공격하는데 갈락토제를 혈소판에 씌우면 이를 원래의 당으로 오인하고 공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갈락토제를 혈소판에 첨가하는 것은 대식세포가 혈소판을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트릭이라는 것이다.

호프마이스터 박사는 갈락토제를 첨가해 냉장한 혈소판은 쥐실험에서 아무런 조치 없이 상온에서 보관한 혈소판에 비해 수명이 훨씬 길고 효능도 월등했으며 시험관 실험 결과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호프마이스터 박사는 앞으로 영장류인 원숭이 실험에서도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면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얻어 임상시험에 들어갈 것이며 이 과정이 2-3년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에서 기증되는 혈액의 50% 이상을 수집하는 미국혈액원 원장인 루이스 카츠 박사는 "임상시험에서 이 결과가 확인되면 수혈의학의 중요한 발전"이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체내에서 출혈이 발생했을 때 혈액을 응고시켜 이를 차단하는 혈소판은 골수에서 만들어지며 혈액 속에서 10-12일 생존한다. 따라서 혈소판은 수시로 골수에서 만들어져 보충되어야 한다.

그러나 암 환자와 백혈병 환자는 혈소판의 자연보충 능력이 떨어지는데다 공격적인 화학요법으로 골수 기능이 저하돼 혈소판 부족사태에 처하게 된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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