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첫선을 보였던, 루카스 돈트 감독의 인상적인 데뷔작 ‘걸’은 소년에서 소녀로 성장하는 라라(빅터 폴스터)가 주인공이다. 발레리나가 되고 싶은 라라는 또래의 다른 ‘걸’들과 다르지 않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남자로 태어났지만 이젠 여자로 살아가는 트랜스젠더라는 것. 호르몬 치료와 상담 등을 통해 서서히 여성의 몸으로 변해가고 있다. 여기서 영화는 라라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보다는, 라라의 내면에 더 관심을 쏟는다.
퀴어 시네마이자 성장 영화인 ‘걸’에서 라라는 모호한 경계 위에 있다. 그 심리 상태는 ‘거울’을 통해 반영된다. ‘걸’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라라가 거울 앞에 있는 신들이다. 라라는 여자가 되어가고 있지만, 발레리노에서 발레리나로 변해가고 있지만, 그 사실을 확신하지 못한다. 그러기에 거울 앞에 서고 자신의 육체를 비추어 본다. 발레를 할 때 꽁꽁 싸맸던 몸을 해제시키고, 온전히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 그 앞에서 라라는 변화를 확인하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자학을 하기도 한다.
‘걸’은 조금은 특별한 성장기처럼 보이지만, 라라의 이야기는 모든 틴 에이 저들이 겪는 성장통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 그 시절 누구나 거울 앞에 서서 변해가는, 혹은 빨리 변하지 않는 자신을 보며 떨지 않았던가. ‘걸’은 그런 불안한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거울 앞에서 펼쳐나간다.
김형석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