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경영실태 관련법과 따로 놀아

중앙일보

입력

의료시장이 자유경쟁 체제에 들어서면서 병원들의 불법행위를 규제하는 의료법이 현실과 따로 놀고 있다.

대전시내 대부분의 대형 병원들이 경영난 타개를 위해 일상적으로 행하고 있는 진료비 할인과 셔틀버스 운영 등 의료 수요자에 대한 서비스가 대부분 불법영업이기 때문이다.

A종합병원은 개원 37주년을 맞아 지난 15일부터 인근 아파트 10곳, 6천여 세대와 지정병원 협약을 맺고 전담창구를 설치했다.

이에 따라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이 병원 구급차를 24시간 무료 이용할 수 있고 진료비 감면 혜택도 받을 수 있어 보름 동안 50여 주민이 이 병원을 찾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B대학병원은 대학 동문회와 W은행이 맺은 신용카드로 진료비를 결제하면 10% 깎아주며 C대학병원도 50여개 회사와 지정병원 협약을 맺어 직원은 20%, 가족에게는 10%의 할인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는 모두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에 소개, 알선, 유인할 수 없다'는 의료법 25조 3항에 위배되는 불법행위여서 고발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병원 내방객들이 무심코 이용하는 병원 셔틀버스도 불법으로 D,B,C 대학병원은 이미 수 차례 보건당국의 경고를 받았으나 이를 무시하고 계속 운행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들은 "전국 병원의 10%가 부도나는 상황에서는 치열한 경쟁에서 뒤지지 않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각종 편의가 위법행위인 줄 알지만 환자들을 확보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우리 정서로는 환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병원측을 계속 단속하기도 어렵고 단속으로 될 일도 아닌 것 같다"면서 "병원이 공공기관에서 서비스업으로 인식이 바뀌고 의료시장에도 자유경쟁 논리가 도입된 만큼 관련 법과 시행령 을 현실에 맞게 고치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