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츠재단] 범세계적 에이즈 백신 개발사업 후원

중앙일보

입력

'21세기 흑사병'이라고 불리는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백신을 개발하는 범지구촌 프로젝트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출연해 만든 재단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6일 에이즈 전문가 등 20여명이 범세계적인 에이즈 백신개발 기업을 설립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고 전하면서 과학면에 성명전문을 게재했다.

성명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지난 20년간 에이즈 백신을 개발하지 못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지구촌 차원의 에이즈 백신 개발업체를 창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에이즈를 퇴치하기 위한 지구촌 차원의 노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특정업체에 에이즈 백신 개발을 맡기는 것은 막대한 비용 때문에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성명에는 2명의 노벨상 수상자, 미 질병예방통제센터, 유엔 에이즈 분과위, 세계보건기구(WHO), 미 국립보건원 고위 간부들 및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게이츠 재단)' 등이 서명했다.

WHO에 따르면 전세계 에이즈 환자는 지난해 새로 감염된 500만명을 포함해 4천200만명에 달한다. 지금까지 에이즈로 목숨을 잃은 사람도 300만명에 육박한다.

전문가들은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 속도로 에이즈가 퍼져나갈 경우 오는 2010년까지 4천500만명의 환자가 추가로 발생하고 2020년까지 7천만명이 사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과학자들은 아직 에이즈를 퇴치할 백신을 개발하지 못한 상태다. 2001년과 지난해 모두 7종의 에이즈 백신이 개발돼 임상시험에 들어갔지만 미국의 백스젠사가 개발한 백신(gp120)만이 3단계 약효시험까지 진척됐다.

에이즈 백신 개발과정에서 떠오르는 가장 큰 문제는 막대한 비용.

백신을 개발하는 데는 최소 2억에서 6억달러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지만 실패할 위험이 높은 데다 설사 성공하더라도 에이즈가 창궐하는 개발도상국 시장의 불투명성 때문에 제약사들이 과감한 투자를 꺼리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이번 성명에 동참한 게이츠재단이 수억달러에서 10억달러에 이르는 에이즈 백신 개발비의 상당액을 부담하고 나서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이츠재단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회장이 출연해 만든 미국최대의 사설재단으로, 자산규모는 240억달러에 달한다.

게이츠재단의 조 세렐 대변인은 이와 관련, "우리는 지금까지 에이즈 백신 개발에 자금을 대지 않았지만 향후 수개월안에 에이즈 백신 개발에 필요한 예산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번 성명 발표자들의 회의를 소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스젠 사장인 도널드 프란시스 박사는 게이츠 재단이 에이즈 백신의 구입 및 해외 공급에 관한 독점권을 갖게 될 경우 선진국과 개도국간에 벌어진 의료 서비스 격차를 해소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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