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극복..되찾은 교사의 꿈

중앙일보

입력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반드시 교사의 꿈을 이뤄 제2의 인생을 살고 싶어요"
질병으로 꽃다운 청춘의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칠 뻔했던 한 대학생이 힘겨운 수술 끝에 교사의 꿈을 되찾았다.

지난 9일 서울아산병원에서 7시간에 걸친 뇌종양 제거수술을 받은 김재우(21.전남 광주)씨는 교사의 꿈을 간직한 전남대 수학교육과 4학년인 `예비교사'다.

김씨에게 뇌종양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온 것은 지난해 12월.

갑자기 칠판 글씨가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원래 눈이 나빠 안경을 써온 탓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축구 등 격한 운동을 하면 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동네 안과를 찾았지만 별 이상이 없었다. 신경외과로 가보라는 의사의 말에 대학병원을 찾은 김씨는 '두개인두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두개인두종'이란 시력.시야 저하는 물론 두통과 호르몬 저하증을 보이는 뇌종양의 일종으로 물을 많이 마시게 되고 다량의 소변을 배출하는 증상을 동반한다.

서울의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병원측 권유에 김씨는 서울아산병원을 찾았다.

수술 결정으로 김씨는 이달초부터 시작된 교생 실습에 참가하지 못했다. 하지만 수술만 받으면 모든게 원상회복될 것 같은 생각에 수술을 앞두고도 가벼운 마음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의료진은 "수술중 사망확률이 최고 20%에 달하며 신경마비로 인해 기억력이나 시력을 완전히 잃을 수 있다"고 어머니 허옥순(54)씨에게만 조심스레 말했다.

청천벽력 같은 이 한마디에 허씨는 눈물로 밤을 지새웠지만 아들 앞에서는 웃는 얼굴로 "수술만 하면 건강해지고 교사도 될 수 있다더라"며 안심시켰다.

10여년전 고혈압으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단둘이 영세민 아파트에 살며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지정돼 매달 51만여원의 정부보조금으로 생활해 온 김씨는 대학 3년동안 매일 2~3건의 수학과외로 생활비와 용돈을 마련해 어머니의 어깨를 가볍게 해 줄 정도로 효자였다고 허씨는 전했다.

수술 전날인 어버이날에도 학교 선배에게 "어머니 몸보신할 것 좀 사달라"며 꿀과 인삼을 카네이션 대신 어머니 손에 쥐어드리기도 했다.

수술날.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허씨는 흐르는 눈물을 감추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들의 두 손을 꼭 잡은 채 얼굴을 몇번이나 부벼댔다.

그러나 수술은 대성공이었다. 김씨는 수술뒤 곧장 깨어났고 기억력도 점점 회복되고 있어 재발하지만 않으면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의료진은 밝혔다.

교사의 꿈은 물론 삶을 접어야 했을지도 모를 자신의 처지를 뒤늦게 알게된 김씨는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렸고 병원측의 수술비 부담에 또 한번 감사했다.

김씨는 14일 "어렸을 때부터 숫자놀이를 좋아했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좋아 교사의 꿈을 키워왔다"며 "새 삶이 주어진 만큼 반드시 교사가 되어 사회에 베풀며 살고 싶다"고 밝게 웃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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