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 목욕봉사 "마음까지 깨끗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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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9일 오전 경남 창원시 신촌동에 있는 장애인 복지시설 '풀잎마을'의 지하 대형 목욕탕.

창원자원봉사회 회원들이 손과 발이 비틀어져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 20여명을 목욕시키느라 분주한 손길을 놀리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장애인들의 귀를 손으로 가린 뒤 샤워기로 머리를 감기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목욕을 마친 장애인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고,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입을 움직여 고마움을 표시하려는 표정이 역력했다. 한 장애인이 다시 목욕탕에 들어가려고 하자 봉사자들이 말리는 소동도 벌어졌다.

이날 봉사에 참가한 회원들은 모두 71명. 목욕시키기 외에도 김장 담그기.유부초밥 만들기.청소 등의 봉사활동을 했다.

이 중에서 가장 힘든 게 목욕봉사다. 장애가 중증이어서 코.입과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게 여간 힘들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창원봉사회 회원들은 별 어려운 기색이 없다. 이곳뿐만 아니라 치매병원.노인병원 등에서 장애인보다 더 힘든 치매 노인의 목욕 봉사를 매일 해왔기 때문이다.

창원시내 15개 동별로 구성된 3백40명의 회원 중 매일 30~40여명이 돌아가면서 목욕봉사를 한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창원봉사회는 10여개 사회복지시설을 동(洞)별로 할당해 돌아가면서 방문하지만 특히 풀잎마을과 시립치매병원에 대해선 하루도 빠지지 않고 봉사의 손길이 미치도록 배려하고 있다. 두 곳에 대해선 15개 동 조직별로 매달 한 번씩 찾도록 의무화해 한 달 내내 봉사활동이 끊이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봉사회 이경숙(52.여) 회장은 "어머니의 손길이 아쉬운 곳을 주로 찾아가고 있으며, 목욕.음식.청소.빨래.말동무 등 분야별로 전문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봉사회는 회원들의 자원봉사 실적을 마일리지로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6백시간 넘게 봉사활동을 한 회원이 10%쯤 된다. 6백시간은 하루 2시간씩 매주 두 차례 활동하더라도 6년이 걸린다.

창원=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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