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내 어린이 중독사고 빈발"…소보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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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 보관 중인 의약품이나 화학제품을 어린이들이 먹거나 마셔 중독되는 사고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지난 2001년부터 올 3월말까지 병원.학교 등 위해정보 수집기관을 통해 만 14세 이하 어린이 중독사고 사례 127건이 접수됐다고 2일 밝혔다.

소보원에 따르면 어린이 중독사고의 89%는 만 5세 이하 어린이의 사고였으며, 사고 장소는 '가정'이 86.6%로 가장 많았다.

사고 유발품목은 '의약품'이 37%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세정제 및 탈취제'(14.2%), '화장품'(10.2%), '가정용 살충제'(9.4%) 등의 순이었다.

전체 사고의 59.1%는 독성물질이 함유된 화학제품이나 의약품을 어린이 손이 쉽게 닿는 곳에 보관하다가 발생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어린이 보호용기에 담도록 규제받는 성분으로 만들어진 국내 OTC의약품(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품) 11종과 화학제품 12종을 대상으로 소보원이 포장 실태를 조사한 결과 어린이 보호용 포장용기를 채택한 제품은 하나도 없었다.

또 23종 중 9종은 외부 포장이나 용기에 '어린이 주의.경고 표시'가 없었고, 주의 표시가 된 14종 중에서도 문구.색상이 눈에 잘 띄게 표시된 것은 3종에 불과했다.

미국에서는 30여종의 특정 성분으로 만든 의약품이나 화학제품에 대해 개봉하기가 어려운 어린이 보호용 포장에 담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7월부터 철이 함유된 물약 등 의약품 3종에 어린이 보호용기 채택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소보원은 "보호포장 대상품목을 늘리고 주의 표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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