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기술로는 인간복제 불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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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인류의 과학기술로는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의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피츠버그대의 제럴드 섀튼 박사는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암소와 돼지.쥐.염소.고양이 등을 복제했지만 영장류 복제는 단 한차례도 성공하지 못했으며 이번 연구로 그 이유를 찾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동물 복제는 난자에서 핵을 제거하고 체세포의 핵을 그 자리에 주입하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영장류의 경우 난자의 핵을 제거할 때 세포 분열에 필수적인 방추체(紡錘體)가 이상을 일으켜 염색체 수가 불규칙적인 세포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섀튼 박사는 "이렇게 되면 유전 정보가 담겨진 염색체의 분열이 이뤄지지 않아 배아가 자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벵골 원숭이의 피부와 세포 등에서 유전 정보가 들어 있는 핵을 난자에 이식하는 작업을 7백20여차례 시도했으나 이중 정상적인 세포 분열을 시작한 경우는 33차례에 불과했으며, 그나마 중간에 멈춰 단 한차례도 임신에 성공하지 못했다.

보고서는 "이번 실험 결과는 영장류의 세포가 다른 동물의 것에 비해 극히 예민하고 불안정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것"이라면서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해 질병 치료 목적의 조직이나 세포를 만들어내는 이른바 치료 목적의 복제도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섀튼 박사는 이런 결정적 결함을 피하기 위해 앞으로 수정과 복제를 병행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하면 복제된 배아에 정자와 난자.체세포 등 모두 세개의 핵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단 세포를 분열시킬 수 있으며, 그 다음 단계로 정자와 난자의 핵을 제거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복제 전문 회사인 어드밴스트 셀 테크놀러지의 로버트 랜저 부사장은 "방추체 문제는 전체 수수께끼 중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그것이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럽의회는 생식용은 물론 의학 연구나 질병 치료용 인간 배아 복제까지 모두 금지하는 법안을 10일 가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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