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이야기] 순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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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무는 최근 국내 동물실험에서 간암.간경화 증세를 경감시켜 주는 것으로 밝혀져 주목을 받았다. 순무는 무의 사촌이다.

무가 하얗고 길쭉하게 생긴 데 비해 순무는 껍질이 빨갛고 모양은 양파처럼 둥글다. 무보다 단단하고 수분이 적으며 달고 매운 맛이 강하다.

순무의 매운 맛을 내는 이소티오시아네이트는 오래 전부터 항암 성분으로 알려져 왔다. 동물실험에선 식도암.간암.폐암.대장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입증되기도 했다.

역시 항암물질로 알려진 인돌(indole) 성분도 들어있다.영양면에선 무와 별로 다르지 않다. 순무 뿌리의 1백g당 열량은 31㎉(잎은 22㎉)에 불과하다. 당질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7%) 변비를 없애주는 식이섬유도 풍부하다(3.8%).

항산화작용을 하고 피부에 좋은 비타민C(1백g당 18㎎)와 고혈압 예방에 도움이 되는 칼륨(2백30㎎)이 많이 들어있다. 뼈를 튼튼히 하는 칼슘과 피를 만드는데 필요한 철분도 풍부하다.

순무의 잎은 맛이 떨어지고 질기다는 이유로 안 먹는 사람이 많다. 그러면 잎에 풍부한 칼슘.칼륨.철분 등의 광물질을 얻지 못하게 된다. 순무 잎에는 또 간암 유발물질인 아플라톡신(곰팡이 독의 일종)을 해독하는 글루코시노레이트가 들어있다는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잎에선 비린내가 나므로 날로 먹기는 어렵다. 살짝 데친 뒤 소금에 절여 김치를 담그면 냄새를 없앨 수 있다. 그러나 칼슘.비타민C 등 영양소는 열에 약하므로 너무 오래 데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경기 강화지역에서 많이 재배되는 순무는 깍두기를 담기도 하고 날 것으로도 먹는다. 순무 뿌리는 빨리 익고 맛도 잘 배므로 김치를 담글 때는 맨 마지막에 넣어야 한다. 순무를 살 때는 잎이 신선하고 몸체의 색이 진하고 알이 실한 것을 고르면 된다.

한방에선 순무를 오장(五臟)을 이롭게 하고 몸을 가볍게 하며 기(氣)를 살려주는 채소로 친다. 씨를 볶아 기름을 짜서 매일 한 숟가락 먹으면 눈이 밝아진다(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원장).

뿌리엔 아밀라제 등 소화효소가 풍부해 위가 약한 사람이나 자주 속이 쓰린 사람에게 권장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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