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서비스 평가 민간기구서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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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정부가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보건복지 분야도 마찬가지다.정부 조직이 비대해질수록 관료화하면서 규제 위주의 비효율로 흐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 개정안이 마련된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을 보자.정부는 2000년 이 법을 제정하면서 장기 기증과 이식 절차를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가 독점적으로 관리하도록 했다.

장기 이식을 둘러싼 잡음을 막고 공정한 분배를 위해서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기증자 숫자가 격감했기 때문이다.

현재 장기 기증을 기다리는 환자는 1만명을 웃돌지만 올해 장기를 기증한 뇌사자는 24명에 불과하다. 이유는 국가가 전담하면서 병원이 뇌사자 가족을 설득할 동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부랴부랴 내년 2월부터 뇌사 환자를 치료해온 병원에 등록된 이식 대기자에게 우선권을 주고 정부가 아닌,병원이 이식 대상자를 고를 수 있도록 개정안을 냈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제때 장기를 이식받지 못해 숨져간 수백 명의 한은 어떻게 풀 수 있다는 말인가. 이번 법률안 개정 해프닝은 최소한의 규제만 해야 할 분야에 정부가 깊이 개입해 문제가 생긴 사례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내년부터 병원 등 의료기관에 대해 서비스 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의료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의료기관의 서비스 품질을 평가해 결과를 공개하겠다는 것이다.물론 취지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주체가 정부가 돼선 곤란하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미국의 병원신임기구(JCAHO)등 대부분 국가에서 병원 평가는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민간기구로 운영되고 있다.

정부 주도 하의 병원 평가는 관료주의로 흐를 개연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병원 평가는 단순히 호텔급 시설과 병상 숫자 등 하드웨어 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그렇다고 친절한 병원, 값싼 진료가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유능한 의사가 양심껏 진료했는지 여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객관적 평가가 결코 쉽지 않은 고도의 전문적 지식이 요구되는 분야다.

게다가 국민의 의료 수요가 날로 다양해지고 전체 병원의 90%가 민간 병원임을 감안해야 한다. 정부기관의 병원평가는 분명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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