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직장인 행복, 사내복지보다 ‘일에서 성장’에 달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한국 직장인들은 사내 복지보다 ‘일을 통한 성장’에서 행복감을 느낀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직장인 열 명 중 일곱 명꼴은 최근 1년 사이 ‘번아웃’(과도한 업무로 인한 정서적 탈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직장인 절반 이상은 최근 1년 사이 이직을 시도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블라인드 7만명 조사 #일 만족도에 ‘업무 의미감’ 큰 영향 #업무로 인한 ‘번아웃’ 70%가 경험 #소속감은 여성이 남성보다 높아

직장인이 행복한 기업 Top10.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직장인이 행복한 기업 Top10.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중앙일보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가 국내 9371개 사의 직장인 회원 7만2109명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직장인 행복지수(BIE)’를 조사한 결과다. 지난 7월 31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블라인드에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과 노성철 일본 사이타마대 교수가 설문 문항을 감수하고 결과를 분석했다.

직장인의 직무 만족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요소는 ‘업무 의미감’과 ‘상사와의 관계’였다. 업무 의미감은 회사 일이 직장인 본인에게도 의미가 있고 일을 통해 본인이 성장하는 느낌을 갖는다는 뜻이다. 직장인들은 사내 복지나 ‘일과 생활의 균형’(워라밸)보다도 업무 의미감을 중요하게 봤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 직장인은 업무 의미감이 높고 상사에게서 필요한 직무 지식을 전수받으면 스트레스 상황을 잘 견디고 회사에 소속감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각 기업은 직장인 개인이 일을 통해 성장한다고 느낄 수 있도록 직무를 설계·배정하는 데 신경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직장 행복' 항목별 1,2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직장 행복' 항목별 1,2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반면 직장인의 행복도를 낮추는 두 가지 요소는 번아웃과 ‘낮은 업무 중요도’였다. 번아웃은 만성적인 업무 스트레스로 무기력증·냉소에 빠지고 업무 효율성이 낮아지는 증상이다. 직장인들이 본인의 업무 중요도를 어떻게 보느냐는 ‘내가 하는 일이 우리 팀이나 회사에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분석했다.

설문에 응답한 직장인이 남성이냐, 여성이냐는 직무 만족도를 평가하는 데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회사에 소속감을 느끼는 정도는 여성이 남성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에서 번아웃을 경험했다는 비율은 여성이 남성보다 높았다.

노 교수는 “대기업 정규직의 70% 이상이 남성”이라며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여성의 소속감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역설적으로 그 이유로 여성이 번아웃에 시달릴 확률도 커진다”고 덧붙였다. 정규직 노동시장 상황이 여성에게 불리한 만큼 여성 직장인이 번아웃을 감수하고 업무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설문조사의 연구진은 “여성들의 업무 의미감이 남성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보다 여성이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직무를 부여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직장인 행복지수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상위 10개사는 구글코리아·대학내일·메드트로닉코리아·법원·부산교통공사·비바리퍼블리카·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한국인삼공사·SK에너지·SK텔레콤(가나다 순)이었다. 이 중 구글코리아·부산교통공사·비바리퍼블리카·SK텔레콤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최상위권을 지켰다.

설문조사 대상 기업 중 대기업은 150여 곳이었다. 대기업의 직장인 행복지수는 평균 43.8점으로 전체 평균(47점)보다 낮았다. 대기업 중에선 SK에너지·SK텔레콤·SK이노베이션·포스코에너지·현대케미칼의 직장인 행복지수가 높았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