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걸의 의학 프리즘] 햇볕에서 얻는 건강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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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가능하면 햇볕에 인체를 노출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정답이다. 햇볕 속 자외선은 피부암과 기미.주근깨.주름살을 유발하는 등 피부 건강에 백해무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햇볕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계절성 우울증이란 질환이 있다. 일조량이 적은 겨울철에 많이 발생하는 우울증을 지칭하는 말이다. 가을이 되면 사람들이 감상적으로 변하는 것도 햇볕의 영향이 있다.

최근 독일 뮌헨의대 연구진은 가을에 유독 피곤하고 허탈하며 단맛에 대해 강한 식욕을 느끼는 것은 일조량 감소에 따른 정상적인 생리현상이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가을철엔 감상적 무드에 쉽게 휩싸이고 겨울철엔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은 망막에 도달하는 햇볕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뇌에서 분비하는 멜라토닌 호르몬의 양이 감소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햇볕 대신 1만럭스 이상의 인공 조명을 쪼이는 광선치료가 도움이 된다고 한다. 햇볕이 면역력을 증가시켜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의 발생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처럼 몸에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는 햇볕의 양면성은 사람의 환경 훼손에서 비롯됐다. 각국의 공업화 결과 냉매로 쓰이는 프레온 가스가 대량 방출되면서 성층권에서 햇볕의 자외선을 차단하는 오존층이 파괴됐기 때문이다.

오존층이 가장 많이 파괴된 호주의 경우 불과 50년 전만 해도 햇볕에 피부를 내놓고 다녀도 큰 탈이 없었지만 지금은 해마다 1천2백여명이 피부암에 걸려 숨진다.

인구로는 전세계 인구의 0.3%지만 피부암 환자수는 전세계 환자의 6%나 된다. 인구 대비 피부암 발생률이 세계 최고다. 오존층 파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환경보호 정책이 범 지구적으로 필요하다. 그렇다면 햇볕이 제 모습을 되찾을 때까지 개인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정신의 활력과 건강을 위해서는 햇볕을 두려워해선 안된다. 두더지처럼 일부러 그늘만 찾아다녀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특히 가을철 햇볕은 봄 햇볕에 비해 자외선 양이 적고 습도도 높아 쾌적하다.'봄볕은 며느리에게 쪼이고 가을 햇볕은 딸에게 쪼인다'는 속담이 빈 말이 아닌 것이다. 다만 자외선 차단 크림은 바르도록 하자. 피부는 보호하되 햇볕의 건강효과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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