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 정신건강] 아이가 사고후 겁 많아져

중앙일보

입력

아이가 집에서 혼자 놀다가 2층 계단 난간에서 떨어진 뒤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부쩍 겁이 많아졌다는 부모의 상담이 있었습니다.

이 아이는 계단 오르기를 두려워할 뿐 아니라 의욕도 없어져 누워 있으려고만 한다고 합니다. 잠도 혼자 안자려하고 동생에게 짜증도 많아졌다고 했습니다.

이런 경우는 교통사고.화재.아동학대.유괴 등 큰 사고 후 정신적 충격으로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입니다.

사고 당시의 상황이 자꾸 떠오르고 이와 관련된 악몽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사고와 비슷한 상황을 피하려 하며 작은 소리에도 깜짝 깜짝 놀라고 낯선 사람을 과도하게 의식하는 등 경계심이 많아집니다.

놀이에도 관심이 없어지고 전반적인 생활이 위축됩니다. 소변을 다시 가리지 못하는 등 퇴행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공격적이 되거나 가슴이 답답하다는 등의 신체 증상도 보입니다.

잘 지내던 아이가 갑자기 행동이 변하고, 이유 없이 불안해 한다면 혹시 어떤 충격적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는지 잘 살펴봐야 합니다. 가족들은 아이의 부주의에 대해 지적해서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것보다 침착한 태도를 취하고 위로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가해자가 있을 경우 벌을 주고 싶은 생각에 사건의 시시비비에만 지나치게 매달리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자칫 치료에 소홀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이런 태도는 아이에게 지난 사건을 다시 생각나게 해 장기적 후유증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자주 불안해하고 놀랄땐 소아정신과를 방문해 소량의 약물을 사용해서라도 증세를 완화시켜야 합니다. 유치원이나 학교에 다니는 경우라면 빨리 복귀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또 무서워하는 대상에 조금씩 단계적으로 노출시켜 두려움을 극복하도록 합니다. 놀이치료 등을 통해 나쁜 경험으로 인한 정서적 불안정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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