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통상장관 "현대 돈 다 갚긴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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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 알라위 이라크 통상장관은 8일 "현대건설 미수금(11억4백만달러)의 구체적인 상환 금액은 향후 협상을 통해 재조정해야 하며 상환 시기 역시 다시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사실상 전액을 상환하기는 어려울 것임을 시사했다.

한국의 이라크 재건 지원과 한국 업체의 재건 사업 참여 등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한 알라위 장관은 "현대건설처럼 이라크에 거액의 미수금이 걸려 있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으로, 다른 기업과 달리 현대건설은 이라크 건설사업에 참여하며 정부보험공사 등을 통한 보증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이라크 미수채권은 민간기업이 16억3천7백만달러, 수출보험공사 등 공기업이 6천4백70만달러 등으로 이중 현대건설의 이라크 채권이 11억4백만달러로 가장 많다.

그는 또 "이라크 정부의 어려운 재정 여건을 채권자들이 감안해야 한다"며 "비록 재정 상황이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채권자들은 상당한 인내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만간 이라크 채권국들(파리 클럽)이 모여 채무 상환에 대해 논의할 예정인데 여기서 채무 탕감 비율이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현대건설의 채권은 사담 후세인 정권에서 무기 개발 등의 부정한 용도로 사용된 것이 아닌 만큼 이라크 정부가 채무 이행을 거부하겠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채권국 회의에서 결정되는 탕감률이 (현대건설과의) 채무상환 논의에서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탕감률이 어느 정도 선에서 결정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관련, "1990년대 이집트나 폴란드의 채무에 대해 국제사회가 상환 시기를 재조정하는 방식 등을 통해 빚을 30~40% 선으로 줄여 줬다"며 "당시 이집트는 이라크처럼 전쟁 상황을 겪지도 않았다"고 말해 대규모의 채무 탕감을 기대했다.

그는 이라크 내 이동통신 사업과 관련, "이라크 과도정부가 한국의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이 아닌 유럽의 GSM 방식으로 결정했다"면서 "이에 따라 이라크를 세 권역으로 나눈 지역별 사업자가 이미 확정됐다"고 밝혔다.

알라위 장관은 향후 이라크의 유전 개발.전력 복구.식수 공급과 사회간접시설 복구 등에 수십억달러의 재원이 소요된다며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군 파병 가능성에 대해서는 "파병이 이뤄질 경우 이라크 치안 유지에 매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파병을 환영했다. 한국군 파병 후보지로 거론되는 모술 지역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이라며 "파병해도 한국군이 저항 세력과 교전하는 상황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라크는 게릴라전이 계속되는 지역이 아니라며 "조만간 치안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병건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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