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백혈병 명의 여의도 성모병원 김춘추 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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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의 대가인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 조혈모세포 이식센터 김춘추(58)소장의 별명은 두개다.

'형사 콜롬보'와 '3C'가 그것이다. 우선 헝클어진 머리에 대충 차려입은 옷차림, 짓궂은 어린이를 연상시키는 표정과 어눌한 말투는 영락없이 형사 콜롬보를 닮았다.

그러나 소탈한 외모와 달리 백혈병 치료란 본연의 일에선 엄격할 뿐더러 콜롬보다운 영감과 재치가 번득인다.

1983년 혈연간 동종 골수이식 성공, 85년 환자 자기 몸의 골수이식 성공, 95년 비(非)혈연간 동종이식 성공 등 백혈병 치료에서 그가 쌓은 성과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현재는 조직적합성 항원이 절반만 맞아도 조혈모세포를 이식할 수 있는 새로운 백혈병 치료법을 연구 중이다.

둘째 별명은 '3C'다. 자동차(Car)와 신용카드(Credit card), 노름용 카드(Card)가 없다는 뜻이다. 그에겐 운전면허증이 없다. 서울 송파구 자택에서 부인이 운전해주는 차로 여의도까지 출근하며 퇴근은 지하철이나 택시로 한다.

자칫 교통사고라도 나면 그의 치료를 기다리는 백혈병 환자들에게 큰 폐가 되기 때문이란다. 평생 신용카드 한 장 없이 현금만으로 살았으며 화투나 트럼프 등 카드놀이를 해 본 적이 없다.

그는 시인이다. 97년 첫 시집 '요셉병동'을 펴낸 뒤 '하늘목장''얼음 울음''산속의 섬' 등을 잇따라 발간했다. 서정성 넘치는 시의 내용이 소탈하면서도 따뜻한 그의 심성을 닮았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는 형식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방랑자의 자유혼이라고 할 체취를 풍긴다. 고교 시절 "세상이 싫다"며 송광사에서 머리를 깎고 출가한 적도 있으며, 78년 충북 옥천 성모병원에서 백혈병 정복을 목표로 3백여마리의 개를 대상으로 골수이식을 연습한 외곬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가 이끄는 가톨릭 조혈모세포 이식팀은 치료 성적과 시술 건수에서 명실상부하게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지금까지 1천6백여건의 골수이식 수술을 했으며 결과도 세계 최고의 백혈병 치료센터로 알려진 미국 프레드허친슨 암센터에 필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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