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욕심… 출세 욕심…스트레스가 당뇨 불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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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 대란'이란 용어는 결코 환자를 겁주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10년 후 우리 국민 4명 중 1명이 당뇨로 고통받으리란 것은 통계가 입증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대한당뇨병학회 김광원 이사장(삼성서울병원 내과교수.사진)은 '당뇨 대란'이란 극단적 용어까지 동원해야할 정도로 당뇨문제가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면에선 암이나 뇌졸중보다 당뇨가 무서운 병이라고 말했다.

"혈당이 높아도 초기엔 아무 증상이 없습니다. 그러나 10년 후엔 어김없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합병증이 몰아 닥치지요."

한국인의 실명 원인 1위 질환도 당뇨 망막증이며 혈액투석이나 콩팥 이식수술을 받는 사람의 절반 가량도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사구체 신염이 차지할 정도라는 것.

암이나 뇌졸중처럼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니지만 전사자보다 부상병이 더욱 심한 전력 손실을 초래하듯 당뇨가 미치는 사회경제적 손실은 막대하다.

10년 후엔 해마다 1조3천억원이란 돈이 당뇨 때문에 소모될 것이라고 그는 추정했다.

그는 당뇨의 빠른 확산을 '당뇨를 유발하는(diabetogenic)사회'탓으로 봤다.필요 이상 많이 먹고, 편안함을 추구하느라 덜 움직이고,돈 벌고 출세하느라 아둥바둥하면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3박자가 바로 당뇨에 걸리는 첩경이라는 것.

"제 환자 중에서도 평소 혈당 조절이 잘 안되다가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지거나 장관에서 물러나면 신기하게도 혈당이 떨어지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당뇨 예방을 위해선 욕심의 통제와 소박한 생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金이사장은 집 안에 당뇨 환자가 있다면 그를 건강 전도사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등 당뇨 환자가 지켜야할 생활 수칙은 일반인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특히 가족들은 자신이 당뇨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당뇨 환자들의 생활 수칙을 따라 해야 합니다."

그는 운동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운동이 암이나 심장병.뇌졸중을 예방하는 효과는 수십년 정도 후라야 나타나지만 당뇨는 운동 후 불과 1시간만 지나도 혈당수치가 떨어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와 엘리베이터.TV 리모컨 등 현대 문명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당뇨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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