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의 말못할 고민 - 여성형 유방증

중앙일보

입력

얼마전 환자의 대부분이 여성인 유방클리닉에 어머니와 함께 건장한 청년이 들어섰다.

엄마의 얼굴이 하도 심각하길래 뭔가 유방에 문제가 있나보다라고 생각했으나, 정작 환자는 청년 쪽이었다.

그는 20대 초반의 일류 대학생이었고, 이목구비가 수려하고 체격이 훌륭한 미남이었다. 이 청년의 고민은 자기의 유방이 여자 유방처럼 커서 윗도리를 못 벗고, 목욕탕이나 수영장은 최근에 한 번도 가보질 못했다는 것이었다.

또 여자 친구를 만나는데 자신감도 없어지고, 명랑하던 성격도 자꾸 위축되어 우울증까지 생겨 정신과 치료도 받는 중이라고 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쾌남형의, 여자 친구도 많이 따르는 일류 대학생이 무슨 걱정이 있겠냐고 하지만, 본인은 죽고 싶을 정도로 이 문제에 대해 집착하고 있었다.

이 환자는 유방 조영술과 초음파 검사를 통해 종양이 있지는 않은지 검사하였고, 며칠 후 초음파 지방 흡입술을 시행해 상당량의 지방질을 제거한 후 납작해진 가슴을 내보이며, 즐거운 방학 생활을 누리고 있다.

한쪽만 비대칭적으로 커지는 경우 다른 질환이 동반되었는지 확인해 봐야
여성형 유방증은 두가지 종류가 있다. 퇴화되었던 유방 조직이 커지는 경우와 비만 등의 이유로 지방 조직이 많아지는 경우인데, 약간씩 혼합형으로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년 이후에 생기는 병은 체내에 여성 호르몬이 상대적으로 많아져서 가슴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간경화증, 고환 종양, 갑상선 기능 항진증 등의 질환에서 볼 수 있고, 몇 가지 약물 복용 후에도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사춘기나 청년기에서 볼 수 있는 종류는 비만과 연관되어 생기는 현상으로서 살이 빠져도 가슴은 계속 큰 상태로 남아있어 병원을 찾게 된다.

이 나이에 한쪽만 비대칭적으로 커지는 경우는 반드시 다른 질환이 동반되었는지를 확인해 보아야 한다.

지방 흡입술 만으로 좋은 결과 얻을 수 있어

지방 흡입술이 도입되기 전까지는 유륜 부위를 절개해서 유방조직을 제거하는 방법이 표준이었으나, 최근에는 지방 흡입술 만으로도 아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지방 흡입 후 단단한 섬유질의 덩어리가 남아있으면 추가로 절개해서 제거하기도 하며, 피부가 너무 늘어진 경우는 피부 절개도 필요한 경우가 있다.

전에 하던 수술에 비해 흉터도 훨씬 적고 회복기간도 빠르고, 유두가 괴사되거나 손상 받는 확률이 훨씬 적어졌다. 아마도 지방 흡입술 덕에 가장 많이 혜택을 보는 수술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