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걸의 의학프리즘] 고혈압약 마다할 이유없다

중앙일보

입력

코자란 약물이 있다. 안지오텐신이란 효소의 작용을 차단해 혈압을 떨어뜨리는 신개념 고혈압 치료제다.

최근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심장학회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전세계 7개국 6백75개 병원의 고혈압 환자 9천여명을 대상으로 5년동안 코자의 효과를 조사한 결과 기존 치료제에 비해 뇌졸중은 25%, 당뇨는 24%, 심장병은 13% 더 감소시키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조사대상 환자와 병원의 숫자.조사기간 등 고혈압 치료제의 효능을 밝힌 연구로는 역대 최대 규모여서 권위있는 의학잡지 랜시트에 게재되기도 했다.

이 결과대로라면 코자 복용으로 미국에서만 해마다 심장병은 7만여명, 뇌졸중은 6만6천여명의 환자를 추가로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코자가 주는 교훈은 단 한 가지. 고혈압 치료제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바꿔야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비타민제는 즐겨 복용하지만 고혈압 치료제는 마지 못해 복용한다.

약물에 대한 강한 거부감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조금 혈압이 좋아지면 약물복용을 임의로 중단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처럼 약물엔 인색한 사람도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보약이나 건강보조식품엔 관대하다.

약물을 남용하자는 것이 아니다. 고혈압 환자에겐 고혈압 치료제가 최고의 보약이란 뜻이다. 비타민을 비롯해 지금까지 등장한 어떤 보약이나 건강보조식품도 고혈압 치료제만큼 뇌졸중과 심장병 등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을 줄이지 못했다.

이것은 과학이 밝혀낸 사실이다. 약물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현재 시판 중인 고혈압 치료제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수십년간 복용해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코자의 경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한 안전성 관련 서류만해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보다 높았다는 일화(逸話)가 있을 정도다. 코자의 예에서 보듯 고혈압엔 약물 복용이 최선이다.

그리고 고혈압 치료제는 가능하면 먹지 않아야하는 필요악이라기보다 평소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정해진 시간에 복용해야하는 친근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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