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염' 약보다 식사로 다스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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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검사에서 위염(胃炎)진단을 받고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위장에 큰 탈이 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개월 동안 위장약을 복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된다는 이들이 많다. 위염이란 어떤 질환인지 살펴본다.

◇위염과 위궤양은 다르다=위염이란 위장에 염증이 생긴 상태.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사, 자극적인 식품, 술과 담배, 아스피린 같은 약제, 헬리코박터 세균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위장 내시경으로만 진단된다.

내시경으로 보면 발갛게 부어있는 위장 점막을 관찰할 수 있다. 반면 위궤양은 특정 부위의 점막이 헐어 파인 상태.

위염이 얕은 상처가 넓게 생긴다면 위궤양은 깊은 상처가 좁게 생기는 위장병이다.

증상도 달라 위염은 더부룩하고 답답한 소화불량이 많지만 위궤양은 속쓰림이 흔하다.

위궤양은 최근 우수한 치료제가 많이 개발돼 약물 치료만으로 완치가 가능한 반면 위염은 약물 치료만으론 치료가 어렵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중년 이후 성인의 위장은 대부분 크고 작은 위염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위염은 흔하다.

이 때문에 위염을 질병이라기보다 노화 과정의 하나로 해석하는 학자도 있다.

경험많은 의사는 건강 염려증이나 닥터 쇼핑 등 심리적 문제를 안고 있는 환자에게 내시경 검사 후 일부러 위염이란 얘기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위장이 나쁘다는 생각이나 위염에 대한 걱정 자체가 소화불량 등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위축성 위염은 조심해야=위염의 여러가지 종류 가운데 위장 벽이 얇아지고 위산의 분비가 떨어지며 위장의 움직임이 둔화되는 위축성 위염은 주의가 필요하다.

위축성 위염을 오래 앓은 사람에게 위암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주로 50대 이후 고령자에게 많지만 신경을 많이 쓰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30~40대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위축성 위염 환자는 제산제 복용에 신중해야 한다.

위축성 위염으로 위산의 분비가 감소해 있는데 위산을 중화시키는 제산제까지 복용할 경우 소화불량 증세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내시경에서 위축성 위염 진단을 받게 되면 위암의 조기발견을 위해 2~3년에 한번은 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한다.

◇생활 요법이 정답=위염은 약보다 생활을 개선함으로써 고쳐야 한다.

먼저 위장을 배려하는 식사 습관을 갖도록 한다. 식사는 소량씩 규칙적으로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 카레처럼 자극적인 음식이나 파인애플처럼 섬유소가 거친 과일은 위장에 좋지 않으므로 피한다.

채소가 건강에 좋다지만 위염 환자는 너무 많이 먹지 않는 게 좋다. 채소 중 잎이 거친 채소의 섬유소는 소화가 안되고 위장벽을 할퀼 수 있기 때문이다.

위가 나쁜 사람에게 비빔밥이 해로울 수 있는 이유다. 채소는 가급적 소량씩 살짝 데쳐 먹는 지혜가 필요하다.

기름기가 많은 고지방식보다 살코기 등 소화가 잘 되는 단백질 위주의 식사가 좋다.

◇도움말 주신 분=속편한내과 송치욱.유내과 유승익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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