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프리즘] 제3의 글리벡 국내 탄생 기대

중앙일보

입력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최근 시가총액 기준 전세계 1천개 기업의 순위를 커버 스토리로 발표했다. 이 기사의 첫 머리는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바이바이 펜티엄,헬로 비아그라'

펜티엄 칩으로 전 세계를 석권한 미국의 인텔사가 지난해 2위에서 올해 13위로 밀려난 반면 지난해 20위였던 비아그라의 제조회사 파이저가 4위로 도약한 것을 빗댄 것이다.

파이저의 시가총액은 무려 2천7백8억 달러로 한화로 3백50조원에 달한다. 우리 정부 예산의 3배 가까이 되는 규모이며,한국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10배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기업 가치다.

파이저 뿐 아니라 글락소스미스클라인비첨.머크.노바티스 등 다국적 제약회사가 무려 9개나 상위 50위 안에 들어와 있다.

암세포를 한 개씩 파괴하는 신개념 암치료제 나노폭탄이 미국에서 개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암환자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국내 암환자들도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최근엔 제2의 글리벡이라 불리는 항암제 이레사가 물의를 빚고 있다. 이레사는 영국의 다국적 제약회사가 개발한 신약으로 비소세포성 폐암에 가장 효과적인 항암제로 알려져 있다.

식약청은 아직 미 식품의약국(FDA)의 공인도 거치지 않은 이레사의 임상시험을 이례적으로 국내 말기 폐암환자에게 허가했다.

그러나 대상에서 제외된 폐암환자들이 자신들도 임상시험에 참여시켜 달라고 요구해 이를 무마하느라 식약청이 곤경에 처해있다고 한다.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말기 암환자들에게 신약은 구세주나 다름없다.

신약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발전 속도라면 분명 암치료를 획기적으로 앞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들 모두 다국적 제약회사가 개발한 신약이란 점이다.국내 환자들은 극소수만, 그것도 국내에서만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다.

본격 시판이 되더라도 글리벡의 예에서 보듯 비싼 비용을 치러야한다. 글리벡은 한 알당 2만원에 달한다. 제3의 글리벡이 국내에서 탄생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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