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대 피란민 환자 돌본 콘스 부부

중앙일보

입력

1954년부터 2년간 피란민과 화상환자, 영양실조 어린이 등을 돌봤던 영국인 의사.간호사 부부와 한국인 간호사들이 45년 만에 만났다.

영국인 의사 존 콘스(75)박사와 부인 진 콘스(73)부부는 당시의 제자 겸 간호사였던 최필례(70).조신자(67)씨, 백은기(73)군산성폭력상담소 소장 등과 25일 감격적으로 상봉했다.

이들은 27일까지 사흘간 군산.전주 등을 돌며 옛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외과 수련의 과정을 갓 마친 콘스 박사는 54년 간호사인 부인과 함께 '국제치료 봉사회원'으로 군산도립병원에 파견됐다.

이들은 틈틈이 손수레에 철분제와 비타민.우유.기생충약을 싣고 군산 빈민촌에서 진료했다. 벽돌을 직접 찍어 이재민에게 집을 지어주기도 했다.

또 학생 50여명을 간호사로 길러냈고 일부 학생에겐 장학금을 줘 해외에서 공부할 수 있게 했다.

당시 조산사로 동행한 백소장은 "온 몸에 고름이 번져 간호사들이 외면한 화상 환자를 콘스 박사가 직접 치료해줘 감명받았다"고 회고했다.

조신자씨는 "언젠가 콘스 박사가 환자를 사흘간 정성껏 돌본 뒤 쓰러져 잠들었다. 얼마나 피곤했는지 쥐가 그의 베개를 물어뜯어 왕겨가 다 쏟아져도 전혀 몰랐다"고 회상했다.

콘스 박사는 "군산은 내게 제2의 고향"이라며 "당시 사람들은 가난했지만 참 친절하고 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