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료의 맥] 선 예술치료센터 배오성 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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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병원에 웬 불가(佛家)의 죽비 소리?'

남한강을 굽어보는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의 백상한방병원.

환자들이 선(禪)예술치료센터 향연(香煙)요법실에 둘러앉아 명상에 잠겨 있다. 의자에 앉아 참선을 하고, 향이 방안 가득한 것을 제외하면 선방(禪房)과 다름없는 분위기.

한의사 배오성(47)원장이 불가의 수행법을 한방의료에 접목시킨 선 치료센터를 세운 것은 지난 4월.

"현대 의료의 맹점은 질병만을 보고 병의 근원인 마음을 소홀히 한다는데 있습니다. 역대 명의들은 '병을 고치려면 마음을 먼저 고치라' 고 강조했지 않습니까. "

참선의 화두(話頭)는 '내 병은 어디에서 왔는고' 다.

"현대인은 병에 걸려야 비로소 자신의 존재를 깨닫습니다. 바로 이 실존적 만남을 통해 병의 근원과 죽음을 극복하는 것이 선 치료의 목적입니다. " 배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참선 외에도 선무(禪舞).범패 강습.사물놀이와 같은 소리와 동작을 환자에게 가르친다. 6개의 황토방에서 이뤄지는 참선 시간엔 그가 국제특허까지 받은 향을 피운다.

총명탕 등의 원료로 쓰이는 약재로 만들어 정신 안정과 집중력을 도와준다는 것. 1백 병상의 백상한방병원은 병원에 호텔 기능을 결합한 호스피탈 개념의 의료기관. 따라서 입원환자들은 중풍이나 치매, 말기암 환자들이 주류를 이룬다.

한의사 2명과 양의사 2명이 함께 근무하는 것도 이채롭다.

배원장은 선 치료로 정신의 기(氣)를 살리면서, 약침으로 증상을 다스린다. 말기암 환자의 경우 삼능.봉출 등 20여종의 한약재 증류액을 경락에 놓아 80%의 통증을 잡으면서 면역기능을 높여 암세포를 억제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중풍이나 파킨슨병 환자에겐 혈액순환과 신경회복을 돕는 강활.독할 등 진액을, 치매환자에겐 뇌 활성과 기억을 증진시키는 약물을 혈자리에 놓는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폐적탕(肺積蕩)은 암세포를 죽이는 자연살해 세포의 활성화와 면역력 증가를 촉진한다고 주장한다.

이 연구결과는 오는 11일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동양의학 학술대회에서 발표된다.

백상한방병원은 동서의학으로 암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자기공명 영상장치(MRI)등 진단기기를 갖춘 암센터, 뇌신경 치매클리닉, 그리고 동서의학연구소와 외국인환자 전용병실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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