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치료에 쓰고 남은 배아 어찌할 것인가?

중앙일보

입력

시험관 수정에 의한 임신이 보편화되면서 불임치료에 쓰고 남게 되는 배아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사회적 고민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불임 클리닉들이 시험관에서 배아를 만들어 쓰고 일부가 남게 되는 것은 불완전한 과학의 부산물이다.

시험관에서 만들어진 수정란을 며칠동안 키워 배아가 되면 이를 불임여성의 자궁에 투입해 착상을 시도하게 되는데 한번에 성공하는 일은 없고 여러번 시도를 해야한다. 따라서 미리 배아를 넉넉히 만들어 두는 것이다.

불임전문의는 이중 가장 건강한 배아를 골라 쓰고 나머지는 일단 냉동보관한다.

불임 여성이 원하는 아기를 다 갖고 나면 나머지 냉동배아는 그대로 남게 된다.

시카고에 사는 앨런-패트리셔 버트린 부부는 불임 클리닉에서 시험관 수정을 통해 두 아들과 딸 하나를 출산했다. 이제 더 이상 자녀를 갖지 않을 계획이다.

그런데 쓰고 남은 배아 2개가 냉동보관 상태에 있을때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고민이다.

패트리셔는 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에 남은 냉동배아를 버린다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연구목적으로 기증할 수도 있지만 우선 아기를 갖고자 하는 다른 불임부부에게 주고 싶다.

그런데 문제가 그리 간단치가 않다. 자신의 냉동배아로 다른 부부가 아이를 낳았을 때 그 아이는 나의 자식인가 아니면 다른 부모의 자식인가? 나의 자식이라면남이 그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싫은 것이다.

불임 전문의들에 따르면 냉동배아를 남긴 여성들은 유전적으로 내 자식인 아이를 다른 사람이 기른다는 것도 견딜 수 없어 하지만 혹시 그 아이가 나중에 커서 자기 아이와 만나 사랑에 빠지기라도 하면 어쩌나를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남은 배아의 처리는 법적으로도 복잡한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자기의 배아로 다른 부부가 아기를 막상 낳았을 때 생각이 달라져 아기를 달라고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일부 불임 클리닉에서는 기증을 적극 권장하기도 하지만 아예 얘기조차 꺼내지 않는 불임 클리닉도 적지 않다.

남은 냉동배아 처리방법은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 버리거나 몰래 다른 불임부부에게 주는 것이다. 임신되지 않을 시기를 골라 의도적으로 자신의 자궁에 주입하는 여성도 더러 있다.

대개는 결정을 미루게 된다. 매년 수백달러의 보관료를 물면서 냉동보관해 두는것이다. (워싱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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