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병원 '제값'내는 외국인 환자에 눈독

중앙일보

입력

미국 병원들이 규정된 '소매' 의료비를 모두 내고 치료를 받는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뉴욕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 병원들은 메디케어를 비롯한 각종 정부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고 있는 미국인 환자들이 병원측에 지불하는 의료비가 낮은 편이고 민간 의료보험업체들도 '소매' 의료비의 50∼70% 밖에 지불하지 않고 있어 수지를 맞추기 위해 소매 의료비를 지불하는 외국인 환자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병원 입장에서는 외국인 환자들이 병원이 제공한 의료서비스에 제값을 지불할뿐만아니라 단순 수술이 아닌 고가의 첨단 의료서비스를 받기위해 찾아오고 있기 때문에 유치 경쟁을 벌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필라델피아 주변의 10개 병원은 이런 점에 착안해 이미 10여년전부터 '필라델피아 인터내셔널 메디슨'이라는 기업을 차려놓고 통역과 진료예약 등 외국인 환자를위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뉴욕의 대형병원에서도 전담부서까지 두고 외국인 환자 유치에 나서 그 수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3년전부터 외국인 환자유치를 위한 전담부서를 운영해 온 '뉴욕 프레즈비터리언'병원에서는 작년에 600여명의 외국인 환자를 치료해 3년전에 비해 외국인 환자가 배이상 증가했으며, '마운트 시나이' 병원에서도 지난 해에 1천여명의 외국인 환자를진료해 지난 98년 이후 25∼30%가 증가세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뉴욕 프레즈비터리언의 외국인 환자 담당 부사장 호세 누네즈는 "병원 입장에서외국인 환자들이 매력적인 수입원이 되고있다"고 시인하면서 "이는 외국인 환자에게치료비를 바가지 씌우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제값을 받고 의료서비스를 하고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담부서를 두지않은 일부 병원에서는 인터넷이나 언론 등을 통해 유명세를 타고있는 의료진을 이용해 외국인 환자를 확보하고 있다.

'베스 이스라엘 메디컬 센터'의 소아 신경외과 전문의로 유명한 프레드 엡스타인 박사의 경우, 자신의 밑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세계 도처에서 활동하고 있는 제자들을 통해 치료가 어려운 외국인 환자를 소개받으면서 3년전 10∼12명에 불과했던 외국인 환자가 현재는 25명으로 전체 환자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엄남석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