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테러를 당했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담임 목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의 원인을 외부로 돌렸다. 14일 교계 언론인 크리스천투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다. 그는 “우리는 집회 참석할 때마다 전부 검진 다 하고, 전부 일 대 일로 다 (검진)하고 했다”며 “우리가 (코로나에) 걸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튿날인 광복절엔 신도들을 이끌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했다. 16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전국에서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관련 누적 확진자 수는 249명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12일 이 교회 신도가 처음 확진 판정을 받은 지 나흘 만에 감염자가 세 자릿수로 훌쩍 뛴 것이다.
자신이 자가격리 대상자임에도 방역 수칙을 위반하며 “공동체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명백한 범법행위(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를 저지른 전 목사를 향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전 목사는 '종교'를 앞세워 신도들을 오도하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2월에도 집회 강행 “주님이 고쳐주실 것”
전 목사가 방역 지침을 무시하고 대규모 집회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신천지 발(發)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던 지난 2월에도 서울시의 금지 조치를 위반하며 광화문 집회를 강행했다.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를 이끌었던 전 목사는 2월 22~23일 연이틀 연단에 올라 “임상적으로 확인된 바에 의하면 야외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설령 이 자리에 와서 바이러스에 감염돼 생명이 끝난다고 해도 조국 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광화문 예배에 온 여러분은 진짜 기독교인이다. 오히려 걸렸던 병도 낫는다”며 “여러분 중 바이러스 걸린 사람이 있다면 다음주에 다 예배에 오라. 주님이 다 고쳐주실 것”이라고 주장했다. “설령 안 고쳐주셔도 괜찮다. 우리의 목적지는 하늘나라며 우리는 죽음을 이긴 자들”이라며 신도들을 부추겼다.
“증상 없는데도 양성이라고 때려넣어”
한편 전 목사는 16일 교회의 집단 감염이 발생한 건 ‘조작’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온라인으로 진행한 주일예배 설교에서 “우한 바이러스 사건이 생기고 지금껏 매주 몇만 명씩 모여서 집회를 했지만 한 건도 감염이 발생한 적이 없었다”며 “손 소독 다 하고, 마스크 다 쓰고, 열 체크 다 하고, 서명 잘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다른 교회나 단체를 보면 감염자가 방문했다면 그 사람을 통해 전이되고 또 전이되고 하는데, 우리는 물폭탄처럼 한 방에 130명 감염이 됐다”며 “보건소에 검사받으러 가면 절반 가까이는 증상이 없는데도 양성이라고 해서 병원으로 때려 넣고 있다. 숫자 조작, 소송 대상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또 “전 성도를 자가격리 하라는데 목적은 애국운동 못하게 하려는건데 역사가 말하고 있다. 4·19, 5·16 막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억울한 점이 있어도, 바이러스를 이렇게 끝낸다는 시범을 보이자”며 “출입 알고 (방역 당국의 지침을) 잘 따라서 단시간 내에 끝내고, 증상 있거나 하면 즉시 보건소나 지정된 병원에 가길 바란다”고 신도들에게 당부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