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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시절의 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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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형석 영화평론가

김형석 영화평론가

청궈시앙 감독의 ‘소년시절의 너’는 클로즈업의 영화다. 인터뷰에서 직접 밝히듯, 클로즈업은 그가 사랑하는 테크닉이며, 배우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울 때 만들어지는 미묘한 뉘앙스를 포착하기 것이다. ‘소년시절의 너’에선 주연인 첸니엔(저우동위)과 베이(이양치엔시) 이외의 캐릭터들의 얼굴도 클로즈업으로 담아내는데, 그런 이유로 이 영화는 동시대 청춘들의 표정을 담은 집단적 이미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 ‘소년시절의 너’

영화 ‘소년시절의 너’

이 영화의 수많은 얼굴 클로즈업이 있지만, 그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첸니엔과 베이의 얼굴을 함께 담은 투 숏 클로즈업이다. 학교 폭력의 희생자인 첸니엔은 패거리들에게 당하며 머리카락을 난도질당하고, 결국 삭발로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의 연인인 베이는 직접 첸니엔의 머리를 깎아주고, 자신도 삭발을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픔을 공감하고 나누려는 마음이다. 그리고 카메라는 머리를 짧게 깎은 두 사람의 얼굴을 동시에 클로즈업으로 보여준다. 무표정하면서도 왠지 슬픔이 느껴지는 그들의 얼굴은, 세상에서 흔들리며 상처받은 젊은이의 초상이다.

‘소년시절의 너’는 캐릭터에 높은 순도로 몰입한 두 배우의 감성이 빛나며, 그 힘은 열연보다는 카메라 앞에서 조용히 민낯을 드러낼 때 느껴진다. 참고로 삭발 신을 찍을 때 스태프들도 삭발에 동참했다는 후문. 이 장면의 숨 막힐 듯한 공기와 정서적 힘엔 현장의 진정성도 한몫한 셈이다.

김형석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