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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폭탄에 속수무책, 최전방 철책도 7㎞ 사라져…軍 비상모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부지방에 이어진 집중 호우로 최전방 철책 7㎞가 파손되는 등 전방 부대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군 당국은 재난대책본부의 운영 단계를 격상하고, 전방 부대는 예정된 훈련 대신 복구에 전념키로 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집중 호우가 내린 지난 6일 군인들이 한강하류 부대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집중 호우가 내린 지난 6일 군인들이 한강하류 부대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9일 군 당국에 따르면 최근 경기 파주, 강원 철원·화천 등에 내린 많은 비로 최전방 철책 100여곳이 유실되는 피해를 입었다. 전체 손상 구간은 약 7㎞에 달한다. 현재 3중으로 이뤄진 전방 철책엔 물체의 접촉을 감지하는 광망과 각종 감시 카메라 등 과학화경계시스템이 설치돼 있어 피해액은 수백억 원으로 추산되고 복구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방 지역 한 군단 관계자는 “지난 7일 피해를 복구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200억원이라는 상황 보고가 올라왔다”며 “철책뿐 아니라 배급로 곳곳이 물에 잠겨 우선순위를 정해 가능한 것부터 복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감시카메라 등 피해액 수액억 추산 #재난대책본부 운영단계 최고 격상 #전방부대 훈련 대신 복구 작업 나서

군수관리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국방부 재난대책본부도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재난대책본부는 지난달 24일 구성된 뒤 운영단계를 지난 2일 2단계로 올린 데 이어 6일에는 3단계로 격상했다. 재난대책본부는 총 3단계로 운영되는데, 1단계에서는 특정관리 대상시설의 사전대피 계획을 점검하고 재난 예방 활동을 펼친다. 이어 2단계에서는 재난피해 예상 지역 부대의 병력과 장비의 신속한 대피를 준비하고, 3단계에서는 피해복구와 정부 차원의 지원을 준비하기 위한 인력이 편성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각 부대의 피해 상황을 실시간으로 취합하고 있다”며 “정확한 피해 및 복구 비용은 실사를 거친 뒤 나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방 부대들은 복구 작업을 위해 예정된 야외 훈련을 연기 또는 취소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기상 사정으로 정상적인 훈련이 불가능한 상황인 데다 복구와 대민지원을 위한 군 병력 투입도 불가피하다”며 “오는 9월까지 이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고 200㎜가 넘는 폭우가 내린 3일 오전 강원 철원군 육단리의 침수 도로와 인접한 군부대 담장이 무너져 있다. [연합뉴스]

최고 200㎜가 넘는 폭우가 내린 3일 오전 강원 철원군 육단리의 침수 도로와 인접한 군부대 담장이 무너져 있다. [연합뉴스]

군 당국은 복구 작업과 함께 감시 초소를 추가 운용하는 등 손상된 철책 인근의 경계 태세를 강화할 방침이다. 3중 철책이 완전히 유실된 일부 구역엔 임시로 원형 철조망을 설치했다.

비에 떠내려온 지뢰에 사고가 생길 위험도 있어 군 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까지 비무장지대(DMZ)에서 떠내려와 수거된 지뢰는 3개로 모두 아군 대인지뢰로 파악됐다. 군 당국자는 “물길이 이어지는 곳을 중심으로 지뢰 탐지 작전을 펼치고 있다”며 “의심 물체 발견 시 즉각적인 주민 신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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