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부진·음주영향 좌우하는 유전자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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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부진을 일으키는 유전자와 알코올이 체내 콜레스테롤에 미치는 영향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발견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독일과 네덜란드 연구팀은 `분자 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 5월호에서 식욕을 자극하는 화학전달물질인 `아구티' 관련 단백질의 유전자에 변이가 발생하면 변이가 없는 사람보다 식욕부진에 걸린 확률이 배 이상 높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식욕부진 환자 145명과 정상인 244명을 비교 조사한 결과 식욕부진 환자의 경우 아구티 관련 단백질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사람이 전체의 11%였으나 정상인은 4.5%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아구티 관련 단백질 유전자의 변이가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이 변이 때문에 식욕을 자극하는 단백질의 기능이 약화돼 배고플 때 뇌에서 식욕을 일으키는 작용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은 그러나 "이 유전자 변이가 식욕부진을 유발하는 유일한 원인은 아닐 것"이라며 "여러 가지 유전자가 환경요인과 함께 작용해 식욕부진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터프츠대 호세 M. 오르도바스 교수팀은 `미국 임상영양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4월호에서 특정 유전자 유무에 따라 알코올이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논문에서 음주가 콜레스테롤 수치에 미치는 영향은 각자가 어떤 형태의 아포리포단백질 E 유전자(APOE)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APOE는 콜레스테롤을 수송하는 분자의 생산을 제어하는 유전자로 E2, E3, E4 등 3가지 형태가 있고 사람들은 이중 2가지를 가지고 있으며 심장질환과 알츠하이머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결과 E2 유전자를 가진 남자 음주자는 동맥경화 등을 일으키는 저밀도 리포단백질(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비음주자보다 매우 낮은 반면 E4 유전자를 가진 남자 음주자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E2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E4 유전자를 가진 사람에 비해 같은 술을 마셨을 경우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쉽게 올라가지 않아 동맥경화 등에 걸릴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여성은 이 유전자와 콜레스테롤 수치가 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르도바스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유전자 검사법이 있지만 대부분 자신이 어떤 APOE를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며 "APOE E4 유전자는 퇴행성 신경질환의 가장 중요한 위험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컬럼비아대 라르스 버글런드 교수는 "유전자와 영양분의 상호작용을 확인하고 이의 신진대사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자세한 대규모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엄남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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