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 위험 약품 사용 세계적 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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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는 7일 전세계의 기준미달 및 맹독성 약품 의 사용이 최근 증가하고 있다며 엄격한 제약업 감시체계를 수립할 것을 각국 정부 에 촉구했다.

WHO는 이날 월례 보고서 사설을 통해 특히 개발도상국의 치사 위험 약품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WHO는 대표적 사례로 30명의 어린 생명을 앗아간 1988년 인도 어린이 집단 사망사건을 들었다. 아이들은 당시 자동차 엔진 부동액에 쓰이는 맹독성 물질 디에틸렌 글리콜에 오염된 진해(鎭咳) 시럽을 먹고 변을 당했다.

또 이와 비슷한 사고로 숨진 사람들은 지난 15년 동안 모두 5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반적으로 싼 값에 약을 이용할 수 있는 길은 미등록 약품을 사용하는 것이지만 그 약품의 안전성과 효능, 품질 등이 희생돼서는 안된다고 WHO는 강조했다.

WHO는 '안전성과 효능, 품질은 약품의 3가지 기본 조건이며, 이것들은 객관적으로 증명되고 검증되어야 한다'며 '디에틸렌 글리콜 오염 등으로 인한 사고는 인도와 아르헨티나, 방글라데시, 나이지리아 등 후진국에서 500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갔다'고 말했다.

WHO는 이에 따라 개도국의 약품관리법 제정을 가로막는 저해 요인들이 하루 빨리 뿌리뽑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브라질 등 일부 국가에서는 에이즈 치료제를 포함한 일부 약품의 모조품이 단속되지 않은 채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HO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앞서 지난 주 개도국들의 국제 기준에 미달하는 농약 사용 위험을 경고했다.

개도국에서 현재 유통되고 있는 살충제의 30%(연간 9억달러 어치)는 안전성이 확보되지 못해 건강과 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두 기구는 강조했다.(제네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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