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개신교 분노…'소모임 금지 반대' 청원 하루만에 26만명 돌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정부가 개신교회 관련 소모임·식사모임 등 기타 행사를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하자 이를 취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시작된 지 하루 만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8일 올라온 ‘정부의 교회 정규 예배 이외 행사 금지를 취소해주세요’란 제목의 청원은 9일 12시 30분 현재 26만2500여명의 동참을 끌어냈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한 달 안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은 해당 청원에 대해 답변을 해야 한다.

청원인은 “언론에서 대부분 보도된 교회 내 코로나19 집단감염은 방역사항을 지키지 않아서 전염된 경우가 대다수”라며 “이러한 정부의 조치는 교회에 대한 역차별로 클럽, 노래방, 식당, 카페 등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따로 큰 조치가 없는 반면, 교회의 모임을 제한하는 이런 정부의 조치는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또한 청원인은 “물론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에 따른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겠지만 극소수의 교회의 사례를 가지고 이렇게 모든 교회들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무리한 방역조치”라며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교회들과는 집단 감염이 보고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타 종교/시설들과의 명백한 역차별”이라며 “‘헌법 제20조1항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를 정부 스스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왜 교회만을 탄압하냐”며 “대한민국의 자유 민주주의란 이런 것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이번 정부의 교회 정규예배 이외 행사 금지 조치’를 취하해 달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8일 정부는 오는 10일 오후 6시부터 교회 관련 정규예배 이외에 소모임과 행사, 단체식사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를 어기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집합금지를 조치할 수 있다. 최근 수도권 교회 모임을 통한 집단감염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내려진 방안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 본부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교회 소모임을 중심으로 방역수칙을 말씀드린 것은 5·6월 (교회 소모임 관련) 많은 집단 발병 사례가 있었고, 그런 사례를 분석해 요청드린 것”이라며 “그런 사례를 근거로 해 (교회를) 먼저 적용을 부탁드렸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성당이나 사찰의 경우에도 유사하게 마스크 없는 친밀한 모임 또는 식사를 하는 경우에는 위험도가 분명히 있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 집중 관리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개신교계는 “유감”이라며 반대의 뜻을 표한 상황이다. 개신교 최대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은 금지 조치 발표 당일 논평을 내고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며 “심히 유감”이라고 했다.

다른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연합도 이날 대표회장 권태진 목사 명의로 ‘정세균 총리는 한국교회를 코로나19 가해자로 인식하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관련 조치 대상을 교회라고 특정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했다.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몇몇 교회의 소그룹 모임을 통해서 확진자가 나오고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 목사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송구스럽고 죄스러운 마음”이라면서도 “중대본의 발표를 듣고 보니, 신성한 교회의 존엄성과 가치가 무시당하는 것만 같아 너무 속상한 마음”이라고 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