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세안 "통합 서둘러 중국에 맞서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5면

태국의 탁신 시나왓 총리(사진(右))와 싱가포르 고촉통 총리는 6일 동남아 10개국을 2020년까지 단일 경제권으로 묶는다는 당초의 계획을 앞당겨야 한다며 이를 위해 태국과 싱가포르가 쌍두마차가 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ASEAN)을 이끌 것이라고 선언했다. 중국의 급속한 성장에 위기감을 느낀 아세안이 지역 경제통합을 서두르려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싱가포르.태국을 비롯, 아세안 10개국 정상은 7일 회의에서 2020년까지 유럽연합(EU) 형태의 '아세안 공동체' 창설을 목표로 하는 '발리협약Ⅱ'에 서명했다. 이 협약은 총 인구 5억명에 달하는 아세안 단일 생산.소비 시장 창출을 목표로 아세안 국가 간 관세 및 비관세 장벽철폐, 자유무역지대 연계와 여행규제 철폐 등의 청사진을 담고 있다.

탁신 총리와 고촉통 총리는 앞서 6일 아세안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기업인들과 만나 중국 경제가 최근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동남아지역의 외국인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며 아세안은 지금 기다릴 여유가 없고 지금이 바로 행동할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아세안이 그리는 모델은 EU이며, 싱가포르와 태국은 독일과 프랑스를 꿈꾼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해 유럽 통합을 이끌어 왔듯 양국이 아세안의 경제통합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양국 지도자는 또 아세안이 경제를 통합할 경우 5백억달러의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며 지난달 멕시코 칸쿤에서 열렸던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이 실패로 끝난 만큼 지역 내 무역자유화는 더욱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와 태국은 이미 물류.금융.통신분야를 상호 개방하는 등 양국 간 서비스 시장의 자유화를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아세안의 경제 통합에는 어려움이 많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가 넘는 싱가포르 등 선두그룹과 3백30달러의 라오스 등 후발그룹 간의 경제수준 차이가 커 국가 간 경제정책을 조율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탁신 총리는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 회원국 간 경제통합에 똑같은 마감시한을 둘 필요는 없으며 선두그룹이 후발그룹의 발전을 기꺼이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국.일본.인도 등 아시아 주요국들은 최근 경쟁적으로 아세안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장기적으로 단일 경제지역으로 묶일 동남아국가와 FTA를 먼저 맺는 나라가 아시아 경제의 패권을 쥘 수 있다는 생각이다.

◇아세안은=필리핀.말레이시아.싱가포르.인도네시아.태국.브루나이.베트남.라오스.미얀마. 캄보디아 등 동남아 10개국이 참가한 지역 연합체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경제적.사회적 기반 확립과 각 분야에서의 평화적이며 진보적인 생활수준의 향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1997년 회의에서도 오는 2020년까지 회원국 간 관세를 면제하고 자본과 서비스의 이동을 자유화하는 유럽방식의 공동시장을 만든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최준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