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이식수술 국내 첫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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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이식 분야의 미개척지로 남아 있던 소장이식수술이 국내 최초로 성공을 거두었다.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 이석구 교수팀은 지난 18일 선천성 장질환인 터프트장병증(장점막 이상형성증)으로 별다른 치료법이 없어 수액을 통해 영양공급만 받아오던 18개월된 이모양에게 어머니 한모(36.경남 창원시 신월동)씨의 소장을 부분 절제, 이식하는데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그동안 소장이식은 소장구조의 특성상 이물질과 세균들에 노출돼 있어 세균감염가능성이 높고, 면역체계인 임파조직이 발달돼 있어 다른 사람의 장기에 대한 거부반응이 강해 간, 심장 등 다른 장기에 비해 이식수술이 늦어졌다.

이 때문에 소장이식은 90년 캐나다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병원의 그랜트 박사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성공한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500여차례만 시술됐을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장기이식수술은 69년 신장이식, 88년 간이식, 89년 심장이식과 췌장이식, 96년 폐이식, 97년 심폐이식이 이뤄졌다.

이 교수팀은 8시간 동안 실시된 이번 이식수술에서 이양의 소장 전체를 제거한 뒤 어머니 한씨의 소장 약 1m를 잘라내 이양에게 이식했으며, 이식된 소장은 이식과 동시에 성장하게 된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식수술이 끝난 현재 이양과 어머니 한씨 모두 혈압과 맥박, 호흡 등이 정상적인 활력증상을 보이는 등 상태가 좋은 편'이라며 '그러나 소장이식의 특성상 감염과 면역거부반응의 위험이 높아 수술후 6개월이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이며 이 고비만 넘기면 완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이양이 앓고 있는 터프트장병증은 장점막 세포간 연결물질의 이상으로 음식물을 소화하지 못해 설사, 구토를 반복하는 질환으로 국내에서 이 병이 발견된 것은 이양이 처음이며, 세계적으로도 10명의 환자만 보고될 정도로 희귀질환으로 아직까지 장기이식 이외에는 치료방법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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