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세금체납자 명단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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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내년부터 고액 세금을 상습적으로 체납한 사람들의 명단이 공개될 전망이다. 국세청이 고액 체납자의 계좌 내역을 금융회사 본점에서 일괄 조회해 숨겨둔 자금을 찾아내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국세청은 7일 재정경제부와 협의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의 국세기본법 개정안을 마련, 내년 시행 목표로 이번 달 정기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세기본법은 개인 과세정보의 공개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고쳐 상습적 고액 체납자의 명단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조항을 넣겠다는 것이다. 고액 기준은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된 뒤 대통령령으로 정할 예정이며, 10억원을 크게 웃도는 금액이 될 전망이다.

국세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재산을 빼돌린 고액 체납자에 대해 세금을 철저히 거둬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명래 국세청 납세지원국장은 "재산이 있으면서 고의로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까지 보호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내년부터 고액 체납자 명단을 공개한다는 목표로 재경부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납세자 보호와 체납 근절이라는 공익적 목표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를 저울질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말 세금을 10억원 이상 체납한 사람은 1백88명, 체납액은 8천43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 상반기까지의 국세 총체납액(9조6천2백30억원)의 8%에 이르는 것이다.

특히 세금을 미납하거나 체납한 사람의 상당수가 은행 예금이나 주식.채권 등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국세청의 체납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해 세금 징수가 어렵다고 여겨 결손 처리된 국세 미납 및 체납자 가운데 2백58명이 주식 1천주 이상을 갖고 있었다. 이들의 주식 보유액은 7백16억원에 달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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