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미인의 기준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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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을 해본다. '성형외과의사들은 어떤 심미안을 가지고 있을까.'

생체조각이라고 할 수 있는 성형수술을 하면서 이런 심미적 기준 없이 칼을 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대답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성형은 균형이다'라는 것이다. '예쁘다' '잘 생겼다'는 표현에는 '균형이 잡혀있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그렇다면 왜 사람은 균형 잡힌 얼굴과 몸매에 높은 점수를 줄까.

우선 재미있는 실험결과를 소개한다. 진화생물학자들은 남녀 대학생의 사진을 찍어 컴퓨터에 입력한 뒤 얼굴의 주요부위에 점을 찍고 선을 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사진을 다른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가장 매력적인 얼굴을 찾게 했다. 학생들이 뽑은 매력적인 얼굴은 역시 눈과 코 입, 윤곽을 잇는 선이 얼굴 한복판에 모여 수직선을 이루는 균형 잡힌 얼굴이었던 것.

과학자들은 더 나아가 사진의 주인공들이 언제 처음 성관계를 가졌고 지금까지 섹스의 상대자는 몇 명이었는지 설문조사를 했다. 그랬더니 균형 잡힌 얼굴일수록 첫경험이 빠르고 파트너 숫자도 많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연구는 인류의 진화가 균형 잡힌 외모 쪽으로 발전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외모의 균형이 매력을 낳고, 이러한 매력은 자신의 유전자를 더 많이 퍼뜨릴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것이다.

이는 동물의 구애행태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사슴의 무리 중에서 가장 많은 암컷을 거느리고 있는 수사슴을 유심히 살펴 보라. 어김없이 뿔이 크고 좌우균형이 잘 잡혀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금화조의 수컷의 양쪽 다리에 다양한 색깔의 띠를 매놓고 암컷의 반응을 살폈다. 결과는 다른 색깔의 화려한 띠보다 같은 색깔의 띠를 양쪽에 매고 있는 수컷이 훨씬 더 암컷의 관심을 끈다는 사실이었다. 멋진 신사가 짝짝이 양말을 신고 활보하는 어설픔을 동물이라고 다르게 느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선남선녀들이 자신의 외모를 뜯어고치려고 성형외과를 찾는다. 물론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예뻐지기 위해서라지만 이들의 심리에는 좋은 유전자를 만나기 위한 태초부터의 진화의 법칙이 잠재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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