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여인」대처 10년 통치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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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6년여 동안 영국의 재정· 금융정책을 이끌어온 로슨 재무장관이 26일 돌연 사임함으로써 영국의 대처총리는 지난7월의 대폭적인 개각에 이어 불과 3개월 여만에 재무·외무·내무 등 주요3각료를 경질하는 심각한 정치적 위기를 맞고있다.
영국의 주요언론들은 대처의 주요측근이었던 로슨 사임과 관련, 점점 독선적 경향을 띠고 있는 대처의 통치스타일에. 심각한 우려를 보이는 한편, 올해로 10년째인 「철의 여인」의 장기집권에 따른 말기적 증상으로 보는 진단마저 등장했다.
영국을 뒤덮고 있는 경제적 먹구름이 점점 짙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정책을 책임지고있는 로슨 장관이 갑자기 사표를 던지게 된 직접적 이유는 대처의 개인경제정책보좌관인 월터스 경과의 불화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월터스가 총리보좌관으로 있는 한 경제정책의 성공적 수행은 불가능하다고 로슨이 사퇴서에서 단언한 그대로 두 사람은 사사건건 충돌을 빚어왔다.
로슨은 EC (유럽공동체) 통합의 주요과제로 추진되고있는 유럽통화제도(EMS) 에 영국도 참여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9월말현재 EC국가 중 최고인 7·6%를 기록하고 있는 인플레 율을 낮추는 일이 급선무라고 주장한다.
반면 환율은 전적으로 시장메커니즘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고 믿고있는 월터스 경은 절대적 통화론 신봉자의 입장에서 파운드화의 EMS편입에 일관되게 강한 반대 입장을 취해왔다.
한편 대처는 지난6월 마드리드에서 있었던 EC정상회담에서 영국의 EMS가입방침을 분명히 했으면서도 그후 여러 차례나 공개적으로 EMS구상자체에 대한 불신을 피력, 로슨과의 견해차를 보였다. 이는 바로 10년 가까이 월터스로부터 받은「개인수업」 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 영국의 권위 있는 경제신문인 파이낸실 타임스는 「종말의 시작」 이라는 표현으로 대처집권이 말기에 들어섰음을 시사하고, 개인적 신임과 국가정책을 구분 못하는 대처의 독선적 통치스타일에 심각한 우려를 보였다. 【파리=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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