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처증...

중앙일보

입력

Q : 안녕하세요.

시아버지의 의처증에 대해서 고민하다 이렇게 상담을 요청합니다. 저희 시아버지께서는 강원도 부잣집의 3대독자(할아버지)의 맏아들로 태어나 집안의 보물처럼 귀히 여김을 받으며 자라셨답니다. 할아버지 때문에 집안이 몰락하자 결혼후 서울로 올라와 자리를 잡으셨습니다. 흔히 말하는 "오냐오냐"식으로만 생활해 오신 분이라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당연하신 분입니다. 때문에 모든 가족이 스트레스를 받고 삽니다. 다른 가족들 형편은 당신의 불만에는 '새발에 피'라는 거지요.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시는 분이 어머니이십니다. 게다가 약주도 많이 하시고 한번 잡수시면 사나흘을 계속이고 그다음 일주일정도는 끙끙 앓으십니다. 이러기를 계속이시지요. 집안이 어려운 형편인데도 IMF이전에 퇴직을 하신후엔 아예 돈벌이를 그만두셨습니다. 3형제가 모두 결혼을 했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구요. 그런데도 자식들에게 자꾸만 부담스러울 정도의 생활비를 요구하십니다. 점점 당연하다는 듯이 말씀을 하시더군요.

아직 환갑도 안되신 분이 자식들로부터 받은 돈으로 생활하려 하시는것이 며느리인 저로서는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드리면 대부분의 돈이 술값으로 나갈것이 뻔하기 때문에 드리는 저희들도 마음이 무척 아픕니다. 게다가 건강이 좋지 않으신 어머니께서 등산이라도 가시기만 하면 온동네 전화를 걸어 어머니를 찾아내라고 성화이십니다. 때문에 어머니께서는 자식들 집에도 맘편히 오시기 힘이 들 정도이지요.

잡수시는 것도 항상 최고여야 하구요, 어디 편찮으시면 대학병원 아니면 갈려고 하시지도 않아요. 요즘말로 치면 "왕자병 말기"쯤이지 않나 싶네요. 어떤 때에는 약주잡숫고 어머니를 막 때리기까지 하신답니다. 보다못한 자식들이 알코올중독자들 수용소 같은데를 알아볼 정도이죠. 원래 약주를 좋아하시지만 직장을 그만 두신뒤부터는 더욱 심해지신것 같아요. 며느리인 저보고도 돈벌어오라고 성화이십니다. 정말 어떻게 하는것이 현명한 방법인지...

이럴땐 어딜 찾아가서 어떤분에게 물어봐야할지 막막해서 글을 띄웁니다.

충고어린답변 꼭 부탁드립니다.

A : 상담하신 내용을 살펴보면 현재 시아버님은 편집성 인격장애에 해당되시는 것 같습니다.

편집성 인격장애의 임상적 특징을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타인의 동기를 악의적으로 해석하는 불신감과 의심을 나타냅니다. 이러한 분들은 좌절과 거절에 대해서 민감하고 상대에 대하여 의심이 많고, 어쩌다 자신에게 싫은 소리라도 들으면, 지속적으로 원한을 품으며 용서하기를 거부하는 것을 볼 수 있읍니다. 또한 실제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이를 위해 투쟁적입니다. 정당한 근거 없이 배우자를 의심하고, 지속적인 자기 위주의 태도를 통해 자기 존대를 주위사람들로 부터 끊임없이 요구합니다. 이러한 기준에 시아버님은 상당부분 일치하는 것을 아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그러나 의처증(편집증의 일종)이나 알코올 중독은 진단 기준에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계속적인 음주로 인한 금단증상은 안보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알코올 치료기관은 도움이 되지 않을 듯 싶습니다.

이러한 편집성 인격장애는 잘 치료가 되지 않습니다. 혹 가다가 자신의 문제점을 통찰하고 정신치료를 받는 환자들도 있지만 극히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의심이 많기에 정신병원에 입원을 시킬 경우 가족과 의사 모두를 음모자라고 몰아세우기가 쉽습니다.

시아버님의 경우 시어머니에 대한 의심과 폭행, 자식들에 대한 무리한 요구 등 이미 심각한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가족들의 일치되고 단호한 태도가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권위적인 태도로 자신이 원하는 욕구를 충족시키게 놔두어서는 더욱 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법적인 조치를 강구하기 위하여 변호사와 상담하시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소송을 통하여 본인보다 더 권위적인 위치에 있는 판사와 같은 사람으로 부터의 결정은 본인의 행동을 수정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용인정신병원 황태연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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