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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인력업체서 불법체류자 고용, 출입국법 위반 아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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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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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류 자격이 없는 외국인을 파견받아 일을 시켰다며 재판에 넘겨진 업체 대표에 대해 대법원이 “직접 고용이 아니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화학업체 대표 A씨(52)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인력 파견업체로부터 체류 자격이 없는 외국인 노동자 40여명을 파견받아 급여를 지급하고 일을 시킨 혐의를 받았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파견도 고용에 포함되기 때문에 A씨가 불법 체류 노동자를 쓴 셈이고, 따라서 출입국관리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행위가 출입국관리법에 규정된 ‘불법 체류자의 고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출입국관리법의 ‘고용’ 개념이 근로기준법과는 달리 해석돼야 한다는 취지다.

1심은 “A씨가 운영하는 업체는 파견업체와 도급 계약을 체결하고 외국인 근로자들을 공급받았을 뿐”이며 “외국인 근로자들과 개별적으로 어떤 형식의 계약도 체결한 바가 없어 직접 고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A씨는 외국인 근로자의 직접 고용으로 인한 처벌 위험을 줄이기 위해 지난 2013년부터 도급 계약의 형식을 취해 외국인 근로자를 공급받았다”며 “파견업체 측에 취업 활동이 가능한 외국인만 공급해달라고 하면서 체류 자격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요구했다”고 무죄 판결했다.

2심에서도 “출입국관리법의 ‘고용한 사람’에 근로자를 파견받은 사업주와 같이 간접 고용한 경우까지 포함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지정된 근무처에서만 근무하도록 했다는 것만으로 사업자를 고용한 자로 보기는 어렵다”며 원심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같은 이유를 들어 검찰 측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형벌 법규의 해석은 엄격해야 하고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다”라며 “파견법은 파견 근로자를 사용하는 자를 사용자로 본다고 정하나 출입국관리법 적용에 관해서는 그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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