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색출 나노가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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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바이러스는 골칫거리다. 에이즈.암.독감 등 많은 질병을 만든다. 몸 안의 어디에 숨어 있는지 파악하기도 어려워 과학자와 바이러스간의 숨바꼭질은 지금까지 바이러스가 이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숨어 있는 곳을 찾아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나노 기술 덕이다. 하버드의대 연구진은 바이러스보다 더 작은 나노 크기의 극미 세입자에 항체를 붙여 바이러스가 달라붙게 하는 기술을 개발, 몸 속 어느 곳에 바이러스가 몰려 있는지를 자기공명영상촬영으로 알아내는데 성공했다.

항체가 마치 바이러스 접착체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이다. 임상시험 결과 전립선 암.헤르페스.감기 바이러스의 분포를 알아냈다.

이를 이용하면 에이즈.바이러스성 암 등 질병이 일어나기 전에 진단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암의 경우 전이된 부분을 쉽게 알 수 있어 완치율을 높일 수도 있다.

'꿈의 물질'로 알려진 나노 입자의 활용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나노 입자는 수~수십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크기의 분말이나 입자로 생명공학.화학.의약 등 다양한 분야에 새로운 세계를 열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물질이 나노 크기로 작아지면 일반 세계와는 전혀 다른 특성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표면적이 극도로 넓어져 화학반응이 일반 분말보다 1천배 정도 높아지는가 하면, 인체나 물질에 침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미국 리하이대학 웨이시안 장 교수는 나노 철 분말이 납.니켈.수은.우라늄과 같은 중금속을 정화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밝혀냈다. 나노 철분말이 녹으로 변할 때 이들 중금속을 독성을 나타내지 못하도록 변화시켜 버린다는 것.

나노 철 분말은 보통의 철 분말보다 약 1천배 화학반응 능력이 좋다. 흙의 산성도나 온도 등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장점도 있다. 대부분의 박테리아보다 10분의1~1천분의 1만큼 작아 흙 속으로 잘 스며들어 정화 능력을 배가시킨다.

독일 루드윙 맥시밀리안스대학 연구진들은 금 나노 입자로 단백질의 미세한 양을 측정할 수 있는 바이오 나노센서를 개발했다. 40나노m 크기의 금 입자는 단백질이 입자 표면을 가리는 정도에 따라 다른 색이 산란되는 원리를 이용해 단백질의 양을 알아낸다.

이를테면 빨간색인 바이오틴 단백질이 녹색의 아비딘단백질과 결합하게 되면 나노입자는 결합된 양에 따라 파란색.초록색.빨간색 등 다양한 색을 산란시킨다. 정밀도는 분자 50개의 양을 파악할 정도다. 이에 따라 다양한 진단과 연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나노재료연구센터 이해원 박사는 질화티타늄으로 만든 초경합금 나노분말로 수소 저장합금을 개발하기도 했다. 나노입자는 표면적이 극대화되기 때문에 입자를 뭉쳐 열 관련 부품을 만들었을 경우 내열성을 높일 수 있다. 나노 입자들 간의 미세한 틈이 열 이동을 더디게 하기 때문이다.

과기부 21세기 프런티어 나노소재개발사업단 서상희 단장은 "세계적으로 나노 기술의 실용화가 극히 초기이긴 하지만 바이오센서.연료전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며 "기기.재료분야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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