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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감찰부장이 SNS에 “한명숙 사건 진상조사 불가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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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동수

한동수

현직 대검 감찰부장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 수수 사건과 ‘검·언 유착 의혹’ 사건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두 사건은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 산하 인권감독관과 형사1부에 각각 맡겨 진상조사 및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이라 자칫 선입견을 줄 수 있고 조사·수사의 보안, 객관성과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러 사실·기록들 모아지고 있다” #당시 수사팀 징계·입건까지 언급 #감찰조직 수장이 보안·공정 훼손 #일각 “본업보다 윤석열 견제 치중”

한동수(사진) 감찰부장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올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두분 모두 이 사건들을 사심없이 바라보고 있음을 믿고 싶다”며 “감찰부장으로서 담당·처리 중인 채널A 사건, 한 전 총리 민원 사건과 관련한 여러 사실과 기록들이 모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 전 총리 사건은 이미 사회적 이목을 끄는 사건이 돼 진상 조사가 불가피하다”며 “정치 쟁점화해 진상 규명이 지연·표류하지 않게 하려면 사건의 과정(방법)과 결과(처리방향)를 명확히 구분해 결과를 예단하지 말고 오로지 사건의 과정에 초점을 맞춰 논의하고 처리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검 감찰부는 징계, 사무감사 업무 외에도 수사권을 갖고 있다. 비위 조사 중 수사로 전환해 각종 영장청구, 공소제기를 할 수 있다”고도 적었다.

검찰 내에서는 즉각 “감찰은 보안과 공정성이 생명인데 감찰부장이 소셜미디어에 이런 글을 올리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한 간부급 검사는 “한명숙 사건과 관련해 ‘사실과 기록이 모아지고 있고 진상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언급은 기록 검토 결과 당시 수사가 잘못됐고 수사팀이 부당 수사를 했다고 제3자가 오인하게 할 소지가 있다”며 “감찰조직의 장으로서 보안은 물론이고 중립성에 대한 개념이 있는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는 “한 부장의 글대로라면 감찰이 실제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비공개 사항을 공개한 셈”이라며 “여권 인사들이 그의 글을 공유·인용·생산하는 등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걸 본인만 모르는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대검 감찰부의 징계권·수사전환권 보유 언급과 관련해선 한 전 총리 사건 진상조사를 대검 감찰부가 아니라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과 대검 인권수사자문관 등 3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에 맡긴 윤석열 검찰총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미 확정판결이 난 사건에 대해 재심이나 (사건 관련자에 대한) 형사입건, 징계 가능성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10월 임명된 한 부장은 판사 출신이다.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했다.

앞서 한 부장은 지난 4월에도 채널A와 현직 검사장 간의 유착 의혹에 대한 감찰 착수를 윤 총장에게 문자메시지로 통보했다가 “대검 감찰 규정을 위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 일각에서는 “한 부장이 본업인 감찰보다 윤 총장 견제에 더 치중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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