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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보다 먼저 한다…대만 TSMC, 3나노 공정 본격 시작

중앙일보

입력

TSMC 로고. 연합뉴스

TSMC 로고. 연합뉴스

글로벌 1위 반도체 위탁생산업체(파운드리)인 대만의 TSMC가 3나노 반도체 설비 구축에 들어갔다. 파운드리 분야의 미세 공정 기술 경쟁에서 3나노 공정은 삼성전자가 먼저 개발했지만 양산을 위한 설비 구축에선 TSMC가 치고 나가고 있다.

TSMC, 28조원 투입해 3나노 라인 건설  

대만의 디지타임스는 9일(현지시간) "TSMC가 3나노 공장 설비를 설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앞서 지난 3월 TSMC가 7000억 대만달러(28조원)를 들여 타이난시 남대만 과학공원에 3나노급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에 들어간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계획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뜻이다. 디지타임스는 “2021년 시험 생산, 2022년 하반기 양산한다는 TSMC의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세 공정은 누가 더 세밀한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느냐의 경쟁이다. 나노(㎚ㆍ10억분의 1m) 단위의 광원을 통해 세밀한 회로를 그려내는 것인데, 굵기가 얇을수록 반도체의 성능과 전력효율이 뛰어나다. 3나노는 머리카락 굵기의 3만분의 1에 불과하다. 칩 면적도 5나노 제품과 비교해 35% 이상 줄어든다.

3나노 반도체는 AI(인공지능), 5G, 자율주행차, 클라우딩 컴퓨터 등에 적용된다. 스마트폰, 특히 폴더블 폰 등에도 긴요한 기술이다. 애플, 화웨이, 구글, 엔비디아, 삼성전자 등이 3나노 반도체의 주요 잠재고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에서 5나노 이하 미세 공정 기술을 확보한 곳은 삼성전자와 TSMC 두 곳뿐이다. 올 1분기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4.1%로 1위, 삼성전자가 15.9%로 2위다.

삼성, 3나노 공정 기술은 TSMC보다 빨리 개발   

반도체 업계에서는 3나노 공정 기술에서는 삼성이 TSMC에 뒤지지 않는다고 본다. 삼성전자는 이미 2018년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 특히 자체 개발한 GAA(Gate-All-Around) 기술을 활용해 만든다는 계획이 큰 주목을 받았다. GAA 기술은 반도체 소자의 전류 흐름을 조절하는 트랜지스터를 입체 구조로 만들어 전력효율을 높이고, 발열이나 전류 누설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GAA구조는 전류가 흐르는 통로인 원통형 채널(Channel) 4면 전체를 게이트(Gate)가 둘러싸고 있다. 총 3면을 감싸는 지느러미(핀펫) 구조 대비 전류 흐름을 보다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고 한다. [자료 삼성전자]

GAA구조는 전류가 흐르는 통로인 원통형 채널(Channel) 4면 전체를 게이트(Gate)가 둘러싸고 있다. 총 3면을 감싸는 지느러미(핀펫) 구조 대비 전류 흐름을 보다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고 한다. [자료 삼성전자]

TSMC는 지난 4월로 예정됐던 북미 기술 심포지엄에서 3나노 공정 기술을 공개할 방침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행사를 8월로 연기했다. 코로나19로 공정 기술 발표는 늦췄지만, 이미 올 초 TSMC측은 ‘기술 개발이 예정대로 진행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삼성, 5나노 양산도 TSMC에 뒤져  

미세 공정 경쟁은 기술보다 누가 먼저 양산하느냐가 진짜 싸움이다. 5나노 반도체에서도 TSMC는 삼성보다 살짝 앞서가고 있다. TSMC는 2분기부터 5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진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칩인 A14를 양산해 애플에 하반기 출시될 아이폰12용으로 납품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극자외선(EUV) 전용 파운드리 라인인 화성 V1에서 5나노 반도체의 시험 생산에 들어갔고 하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한다. 지난달 10조원을 투자한 평택 5나노 EUV 전용라인인 V2는 내년 하반기부터 가동한다.

(서울=뉴스1) = 삼성전자가 평택캠퍼스 2라인에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투자를 단행한다고 1일 전했다.2021년 하반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투자 규모는 7조에서 8조 규모로 추산된다. 사진은 평택캠퍼스 P2 라인 전경. (삼성전자 제공) 2020.6.1/뉴스1

(서울=뉴스1) = 삼성전자가 평택캠퍼스 2라인에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투자를 단행한다고 1일 전했다.2021년 하반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투자 규모는 7조에서 8조 규모로 추산된다. 사진은 평택캠퍼스 P2 라인 전경. (삼성전자 제공) 2020.6.1/뉴스1

5·3나노 양산 뒤지면 비전 2030 달성도 어려워 

삼성으로선 갈 길이 바빠졌다. 특히 TSMC가 3나노 공정 설비 구축에 착수하면서 3나노 양산 시점을 당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삼성이 2030년까지 비메모리 분야에서 1위에 오르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달성하려면 TSMC에 앞서 5나노와 3나노 반도체를 양산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공정 기술을 먼저 개발한 삼성이 3나노 양산 시점을 더 빨리 당길 수도 있다”면서 “3나노 공정을 먼저 양산하는 데 성공할 경우 최신 반도체 수주물량을 선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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